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한 학기 내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해온 대학들이 마지막 관문인 기말시험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규모 집단 감염이 계속되면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정한 학교가 많은 한편, 대면 시험 방침을 고수하다 학생들과 마찰을 빚는 학교도 생겨났습니다.
오늘(9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는 원칙적으로 비대면 시험을 치르되, 수강생 모두가 동의하는 수업에 한해 대면 시험이 가능하다고 공지했습니다.
서강대와 성균관대는 실험·실습 강좌를 제외한 과목의 기말시험을 온라인으로 시행할 것을 교수들에게 권고했습니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험 주간을 일주일씩 차이 나게 설정해 불가피한 경우 대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성신여대·세종대·서울시립대 등도 온라인 시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별도 사유서를 제출한 경우가 아니면 비대면으로 시험을 보기로 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비대면 시험을 권고할 뿐 강사의 재량에 따라 시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한 학교도 많습니다.
당초 대면 방식으로 기말고사를 보려던 한국외대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시험 방식을 수업별로 논의하도록 방침을 변경했습니다. 외대 관계자는 "현재까지 대면시험을 신청한 강의 비율은 서울 캠퍼스 기준 10%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건국대·숭실대·이화여대도 각 수업 교수들이 재량껏 시험 방식을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비대면 시험을 치르는 학교들은 학생들이 함께 모여 문제를 풀거나 답안을 공유하는 등 부정행위 사례가 없도록 철저한 감독 방침을 논의 중입니다.
온라인으로 기말고사를 진행할 성균관대는 화상회의 시스템 '웹엑스(Webex)'를 통해 응시생의 신분과 연습장을 확인하고 시험을 감독할 예정입니다. 동국대 역시 대리시험을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 시험을 실시간으로 운영하고, 시험 중 웹캠을 통해 학생의 얼굴을 확인합니다.
다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시험의 공정성 우려를 차단할 수 없다고 보고 대면 시험을 강행하려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이달 22일부터 기말시험을 치르는 고려대는 '엄격한 시험 관리가 가능한 경우'가 아니면 온라인 시험이 불가능하다고 학생들에게 공지했습니다. 경희대와 숭실대도 우선은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정했습니다.
홍익대는 이미 대면 방식의 기말고사를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이달 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날짜를 분산해 시험을 치릅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시험 방식을 놓고 학교본부와 학생들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대립하는 상황입니다.
서울대는 교수 재량에 따라 대면·비대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학생들은 기말고사를 '전면 비대면'으로 치러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무리한 대면 기말고사로 학생들의 건강권이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과목 대면시험을 원칙으로 하는 한양대 역시 학생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습니다. 한양대생들은 비대면시험·절대평가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총장실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시험을 놓고 혼란이 가중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에브리타임' 등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말시험 공부를 하고 싶지만 범위와 형식을 몰라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아직도 공지가 없는 수업 때문에 갈팡질팡 중", "학교에서 기말 방식 논의되고 있는 건 맞냐"는 등 불안감을 토로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