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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중계 해설가, 520km 걸어간 사연
입력 2020-06-09 06:00  | 수정 2020-06-09 12:05
1989년 이날, 피츠버그는 거짓말같은 역전패를 당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면 안 된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1979년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이며 파이어리츠 구단 중계를 맡았던 짐 루커(77)의 이야기다.
스포팅 뉴스는 현지시간으로 8일 1989년 같은 날 일어난 사건 하나를 소개했다. 1989년 6월 8일, 피츠버그는 베테랑스 스타디움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원정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피츠버그는 1회 연속 안타가 폭발하며 10점을 뽑았다. 메이저리그 구단 전담 방송 중계진은 구단 직원 신분이다. 자연스럽게 중계를 맡은 팀이 잘하면 흥이 묻어날 수밖에 없다.
당시 마이크를 잡았던 루커는 너무 나갔다. 그는 "우리가 만약 이 경기를 지면, 나는 피츠버그까지 걸어가겠다"고 말해버렸다. 오랜 빅리거 경험에서 우러난 확신이었다.
그리고 피츠버그는 그 경기를 졌다. 거짓말같은 패배였다. 1회말에 바로 2점을 허용한 피츠버그는 3회와 4회 다시 2점씩 내주며 10-6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5회초 한 점을 냈지만, 6회 4점, 8회 5점을 내주며 결국 11-15로 졌다.
당시 피츠버그 감독이었던 짐 릴랜드는 "감독을 하다보면 뭔가 옳지 않다는 직감이 드는 경우가 있다"며 당시 경기를 떠올렸다. 피츠버그에게는 속쓰린 패배였다.
중계방송에서 걸어가겠다고 장담했던 루커는 시즌이 끝난 뒤 자신의 약속을 실행에 옮겼다. "루크의 비고의적 걸음(Rooks Unintentional Walk)"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열고 펜실베니아주 횡단에 나섰다.
필라델피아에서 피츠버그까지는 327마일 거리,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약 520킬로미터다. 그는 10월 5일에 필라델피아를 출발, 10월 17일 피츠버그 홈구장 스리 리버스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그는 횡단을 마친 뒤 "발목 위로는 괜찮은데 그 밑으로는 얼음 송곳에 찔리는 기분"이라며 느낌을 표현했다.
그는 이 행사로 10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아 피츠버그 지역 어린이 병원과 자선 재단에 기부했다. 그는 "다시는 안할 일이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정말 엄청났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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