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양어선과 연근해어선을 타고 고기잡이를 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심각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선원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 4개 시민사회단체는 8일 서울 종로구 걸스카우트빌딩에서 '한국 어선에서 발생하는 외국인 선원 인권침해 및 불법 어업 실태'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김종철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이주어선원의 노동시간에 법적인 제한이 없어 심각한 노동 착취가 벌어지고 있다"며 "초과근무 수당도 전혀 없어 장시간 노동의 대가가 한국인 어선원과 선주에게 돌아간다"고 밝혔습니다.
관계 기관이 2016∼2019년 한국 원양어선에서 일했던 54명의 이주어선원을 인터뷰한 결과 절반 이상(57%)이 하루 18시간 이상 일했다고 답했다. 하루 20시간 이상 일했다고 답한 사람도 26%에 달했습니다.
아울러 원양어선의 경우 한달 최저임금인 55만 원도 못 받는 이주어선원이 4분의 1 이상으로 조사됐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습니다.
간담회에서 상영된 '바다에 붙잡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한 인도네시아 선원은 "오징어 철에는 7개월 동안 30시간 연이어 일하고 2시간 자는 생활을 반복했다"며 "한국 사람에게 스크루 드라이버로 머리를 맞으며 자주 욕을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이 같은 지속적인 착취와 학대에도 이주어선원들이 한국 어선을 떠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오세용 경주 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대부분의 선원이 선장이나 송출업체에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급여 통장을 뺏긴다"며 "배를 탄 뒤 3개월 동안의 월급을 이탈보증금으로 내게 해 재정적으로 사람을 배에 묶어둔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