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아직도 3% 금리 상품 있다고?"…저금리 허기, 핀테크서 채운다
입력 2020-06-08 17:40  | 수정 2020-06-08 21:11
직장인 정 모씨(28)는 지난달부터 연 3% 금리를 주는 '네이버통장' 출시 소식을 듣고 기다렸다. 네이버통장에 돈을 넣으면 기간에 상관없이 100만원에 한해 연 3% 금리를 준다는 말에 솔깃해서다. 정씨는 평소 A은행 자유입출금통장에 돈을 넣어뒀으나 최근 연 1.2% 금리가 연 0.7%로 떨어지자 돈을 빼서 핀테크업체 상품에 골고루 넣고 있다. 정씨는 "연 0%대로 금리가 떨어지니 돈을 맡겨둬도 커피 한 잔값 받기가 어려워졌다"며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주는 핀테크 금융상품에 돈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가 연 0%대로 떨어지면서 고객들이 높은 금리에 다양한 혜택까지 주는 핀테크 금융상품으로 갈아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회사들도 예치금 수익뿐만 아니라 간편결제 서비스 적립 혜택과 재미있는 투자 경험까지 주는 상품을 잇달아 내놨다. 이에 따라 '테크핀(기술+금융)'과 금융사 간 고객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8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인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네이버통장은 8월 말까지 하루만 돈을 맡겨도 100만원까지 연 3% 이자(세전)를 준다.
특히 상품 출시를 기념해 8월 말까지 전달 네이버페이 결제 실적과 상관없이 연 3% 이자를 제공한다. 이후부터는 네이버페이 결제 금액에 따라 이자를 달리 적용한다. 전달 네이버페이 결제 금액 또는 협업 금융상품 가입액이 10만원 미만이면 1000만원 한도로 연 1% 고정, 1000만원 초과 시 연 0.35%로 변동해 이자를 준다. 전달 페이 결제 금액이나 협업 금융상품 가입액이 10만원 이상일 때는 100만원 한도로 연 3%, 100만~1000만원 연 1%, 1000만원 초과 시 연 0.35% 변동 이자를 지급한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적립까지 포함하면 혜택은 더욱 크다. 네이버통장으로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충전해 사용하면 결제 금액의 최대 3%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지난 1일 시작한 유료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함께 네이버통장을 사용하면 적립액이 최대 9%로 높아진다. 유료 회원 4% 적립에 네이버 마이스토어 구입 시 2% 적립, 네이버통장 페이 충전 뒤 결제 시 3% 적립까지 합쳤을 경우다.
핀테크업체 핀크도 SK텔레콤·KDB산업은행과 함께 오는 15일부터 연 2% 금리를 주는 자유입출금 통장 'T이득 통장'을 선보인다. 이 상품은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자유입출금 통장이다. 핀크는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단리'가 아닌 원리금에 이자가 붙는 '복리'를 적용했다. 예치금 200만원까지 연 2%, 200만원 초과 금액에 대해선 연 0.5% 금리가 적용된다.
카카오페이가 출시한 '카카오페이증권계좌'도 지난달까지 연 5% 금리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해 출시한 지 두 달 반 만에 계좌 100만개를 돌파했다. 다만 지난달 이벤트가 끝나 현재는 연 0.6% 수익을 주고 있다. 대신 카카오페이는 2030을 겨냥한 재미있는 투자 이벤트로 고객 지키기에 나섰다. 다음달까지 진행되는 '알 모으기'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때 받는 카카오페이머니 금액의 2배를 고객이 미리 정한 펀드 상품에 자동 투자해주는 것이다. 특히 이전에 오프라인 결제 시 리워드를 줬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결제 리워드를 준다.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면 월 30회 100% 확률로 알 리워드가 지급된다.
핀테크업체들이 고금리 상품을 내놓으면서 '0%대' 금리에 실망한 은행 고객 상당수가 이들 업체로 옮겨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일부터 주요 예·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내렸다. 주력 상품인 '국민수퍼정기예금' 1년 만기 적용 이자는 0.9%에서 0.6%로 내려갔다.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도 이날 예·적금 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인하했다. 금리가 꾸준히 내려가면서 지난 4~5월 두 달간 신한·국민·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예·적금 잔액은 약 8조원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회사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사에 퍼져 있다"며 "기존 금융사들도 데이터 분석 등으로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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