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新 머니무브 ② ◆
글로벌 분산투자가 투자의 모범 답안처럼 인식돼온 작년과 달리 올해는 동학개미들의 '스마트 머니'가 한국 증시로 몰리고 있다. 작년 1~5월에는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보다 5배 많은 해외 주식을 사들였지만 올해는 정반대로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주식보다 5배 많은 국내 주식을 매집했다. 국내 주식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요인은 우선 저가 매수세 유입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나 미국발 금융위기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이번에는 일시적인 금융시장 급락장이 와도 결국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공격적인 매수에 나섰다.
황창중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본부장은 "일반인 주식 투자자나 자산가들도 과거 학습효과를 기억하고 위기 상황이 오자 은행에서 뭉칫돈을 빼서 우량주 투자에 나선 것"이라며 "여기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익숙한 20·30대까지 시장 반등에 대한 기대로 저가 매수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 전략이 통하면서 우호적인 환율 전망도 한몫했다.
과거 위기 상황에는 국내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달러를 확보하려고 했지만, 최근 4~5년 전부터 해외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이미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가 많아 달러화 추가 확보에 대한 수요가 적었다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달러당 1200원 후반까지 오른 환율 수준이 부담스러워 국내 투자로 돌아선 수요가 많았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IMF 위기 때는 달러를 사거나 미국 부동산을 산 투자자가 많았는데 이번에 그런 현상이 거의 없었던 것은 달러화 가치에 대한 전망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 약달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우세한 상황에서 해외 투자를 늘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본부장 역시 "이번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는 우리나라만의 위기가 아니라 글로벌 전체 위기인 만큼 다른 나라 통화로 된 자산을 사서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수요는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유럽과 달리 전면적인 셧다운 조치가 없어 경제성장률이나 실적전망치가 그나마 양호하게 나온 한국 경제 상황도 한국 증시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 신한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올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가 지난해 말에 비해 하락한 폭은 한국이 10.4%포인트였다. 이에 비해 미국은 29.2%포인트, 유럽은 38.5%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선진국 증시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투자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더 올라간 것이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약 달러 진행에 따라 글로벌 자금은 결국 펀더멘털이 선방하고 로컬 통화 강세도 기대되는 신흥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며 "한국이 그 과정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으며, 주식 시장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향후 한국 증시에 추가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한국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믿음으로 올 상반기 시총 상위 우량주 매수로 대응했다. 우선주를 합한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올 1~5월 10조8650억원이었다. 이외에 SK하이닉스, 현대차, 한국전력 등을 많이 순매수했다. 반면 해외 투자에 대해선 우량주뿐만 아니라 델타항공, 보잉, 디즈니 등 낙폭 과대주를 많이 매수했다. 미국 장난감 회사 하스브로 같은 테마주 투자가 순매수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 들어 월별 순매수 규모로 보면 4월부터는 국내 주식 매수 강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반면 해외 주식 순매수세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동학개미의 순매수 규모는 지난 3월 11조5000억원에서 4월 5조500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5월에는 5조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원정개미의 순매수는 9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오히려 매수 강도가 3배 높아졌다. 5월에도 2조원 규모를 유지하면서 동학개미 대비 상대적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국내 주식은 경기 회복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자금이 몰렸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 주가까지 대부분 오른 상황이어서 고점 부담이 있다"며 "자산가들은 코로나19 2차 확산으로 큰 폭 하락 시 투자하고자 대기하려는 심리가 강하다. 국내 주식 수익률이 떨어지면 곧바로 해외 주식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로벌 분산투자가 투자의 모범 답안처럼 인식돼온 작년과 달리 올해는 동학개미들의 '스마트 머니'가 한국 증시로 몰리고 있다. 작년 1~5월에는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보다 5배 많은 해외 주식을 사들였지만 올해는 정반대로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주식보다 5배 많은 국내 주식을 매집했다. 국내 주식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요인은 우선 저가 매수세 유입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나 미국발 금융위기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이번에는 일시적인 금융시장 급락장이 와도 결국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공격적인 매수에 나섰다.
황창중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본부장은 "일반인 주식 투자자나 자산가들도 과거 학습효과를 기억하고 위기 상황이 오자 은행에서 뭉칫돈을 빼서 우량주 투자에 나선 것"이라며 "여기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익숙한 20·30대까지 시장 반등에 대한 기대로 저가 매수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 전략이 통하면서 우호적인 환율 전망도 한몫했다.
과거 위기 상황에는 국내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달러를 확보하려고 했지만, 최근 4~5년 전부터 해외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이미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가 많아 달러화 추가 확보에 대한 수요가 적었다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달러당 1200원 후반까지 오른 환율 수준이 부담스러워 국내 투자로 돌아선 수요가 많았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IMF 위기 때는 달러를 사거나 미국 부동산을 산 투자자가 많았는데 이번에 그런 현상이 거의 없었던 것은 달러화 가치에 대한 전망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 약달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우세한 상황에서 해외 투자를 늘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본부장 역시 "이번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는 우리나라만의 위기가 아니라 글로벌 전체 위기인 만큼 다른 나라 통화로 된 자산을 사서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수요는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유럽과 달리 전면적인 셧다운 조치가 없어 경제성장률이나 실적전망치가 그나마 양호하게 나온 한국 경제 상황도 한국 증시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 신한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올해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가 지난해 말에 비해 하락한 폭은 한국이 10.4%포인트였다. 이에 비해 미국은 29.2%포인트, 유럽은 38.5%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선진국 증시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투자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더 올라간 것이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약 달러 진행에 따라 글로벌 자금은 결국 펀더멘털이 선방하고 로컬 통화 강세도 기대되는 신흥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며 "한국이 그 과정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으며, 주식 시장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향후 한국 증시에 추가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한국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믿음으로 올 상반기 시총 상위 우량주 매수로 대응했다. 우선주를 합한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올 1~5월 10조8650억원이었다. 이외에 SK하이닉스, 현대차, 한국전력 등을 많이 순매수했다. 반면 해외 투자에 대해선 우량주뿐만 아니라 델타항공, 보잉, 디즈니 등 낙폭 과대주를 많이 매수했다. 미국 장난감 회사 하스브로 같은 테마주 투자가 순매수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 들어 월별 순매수 규모로 보면 4월부터는 국내 주식 매수 강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반면 해외 주식 순매수세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동학개미의 순매수 규모는 지난 3월 11조5000억원에서 4월 5조500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5월에는 5조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원정개미의 순매수는 9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오히려 매수 강도가 3배 높아졌다. 5월에도 2조원 규모를 유지하면서 동학개미 대비 상대적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국내 주식은 경기 회복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자금이 몰렸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 주가까지 대부분 오른 상황이어서 고점 부담이 있다"며 "자산가들은 코로나19 2차 확산으로 큰 폭 하락 시 투자하고자 대기하려는 심리가 강하다. 국내 주식 수익률이 떨어지면 곧바로 해외 주식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