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차라리 증여"…강남 주택거래 10건중 3건
입력 2020-06-08 17:32  | 수정 2020-06-08 19:10
최근 서울 강남·서초·용산 등 전국 주요 지역 공시가격이 대폭 올라 보유세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지역 주택 증여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와 작년 12·16 부동산대책 영향 등으로 서울 주택 매매거래는 급감한 반면, 증여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서울 집값이 '어차피 장기적으로 오른다'는 기대심리 속에 다주택자가 보유세를 절감하기 위해 증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매일경제가 한국감정원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4월 서울 주택 거래 1만4963건 중 증여는 2208건(14.8%)에 달했다. 건수 자체는 올해 1~3월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지난해 12·16 대책 발표 후 거래절벽 현상이 심해져 전체 거래건수가 대폭 줄면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 올라갔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서초구 강남구 용산구 등 고가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많은 이른바 '인기 지역'에서 증여가 크게 늘었다. 강남구의 경우 전체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1월엔 16.0%였다가 4월 23.0%까지 올라왔다. 특히 4월엔 증여 건수(239건)와 매매 건수(217건)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서초구는 곧 멸실을 앞둔 재건축 아파트가 많아 세금 절감 효과가 높은 '부담부증여'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단점이 있음에도 4월 주택 증여 비중이 29.8%까지 올라왔다. 올 1월(21.8%)보다 8%포인트 높은 수치다. 용산구도 올 1월 4.8%에 불과했던 주택 증여 비중이 4월 28.9%까지 올라갔다. 최근 용산 정비창 개발 계획 등 호재가 잇달아 발표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 강동구(26.5%) 성동구(25.7%) 영등포구(23.4%) 등도 4월 주택 증여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압박이 커지자 보유세를 절감하기 위해 증여를 선택하는 사례가 계속 생기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 중 1명 명의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것보다 여러 명 명의로 나누면 세 부담이 확 줄기 때문에 증여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서울 집값은 우상향할 것이라는 기대와 최고 62%까지 부과되는 양도소득세도 부담이 되다 보니 '파느니 물려준다'는 심리가 작용해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후 서울 주택 증여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매달 1500~2000건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매일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팀장에게 도움을 받아 2주택자인 A씨가 10년 이상 보유한 서초구 소재 B아파트(시세 20억원, 양도차익 10억원 가정)를 전세보증금 10억원을 끼고 증여했을 때의 세금과 단순 매도했을 때 양도세 차이를 계산해봤다. 단순히 팔았을 때는 양도세가 약 3억2950만원이었는데 배우자에게 부담부증여했을 경우엔 증여세 6790만원, 양도세 1억4696만원으로 모두 2억1486만원만 내면 됐다. 자녀에게 증여했을 때 내야 하는 세금은 3억6821만원이었지만 집을 판 현금을 자녀에게 줄 경우 증여세를 다시 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여 쪽에 절세 요인이 분명히 있다는 분석이다.
'증여 바람'이 오히려 매물 희소성을 높여 서울 집값을 다시 올릴 유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12·16 대책이 발표된 뒤 완연한 하락세였던 서울 주택 시장이 최근 회복하는 분위기로 전환되는 상황인데, 시장에 나와야 할 매물이 증여로 빠져 희소성이 커지면 정부 의도와 다르게 가격만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증여로 인해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가격을 올릴 유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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