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삼성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삼성 경영진은 이날 밤 또는 9일 새벽에 나올 구속 심사 결과를 숨죽인채 기다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마스크를 쓴 채 서울중앙지법에 나타나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법정으로 향했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과 각 사업부문장 등 경영진들은 각자 사무실에서 대기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된다면 삼성은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한·일 갈등 등 초대형 악재에 '총수 부재'까지 더해지며 역대 최악의 복합위기에 빠지게 된다. 삼성은 기존 위기 요소들로 인한 불확실성과 경기·실적 둔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면서 코로나 이후의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을 면치 못한다면 이 같은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삼성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전·스마트폰 등 주요 사업부문에서 실적이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과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제재 영향에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면 삼성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이 수출 규제를 다시 확대할 가능성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에 돌입한 상태다. 일본은 최근 한국 법원의 일본 강제징용 기업 자산 압류 관련 조치에 대해 반발하며 보복을 언급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를 확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7일 발표한 호소문에서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삼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삼성 측에서는 검찰의 기소가 타당한지 객관적 판단을 받게 해달라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상태다.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는 11일 결정될 예정이다.
[김규식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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