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조업 심상치가 않다…고용보험 가입자 9개월째 감소
입력 2020-06-08 16:27  | 수정 2020-06-15 16:37

한국경제의 대들보인 제조업이 심상치않다. 제조업 고용보험가입자가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감소했다. 감소폭도 IMF 이후 최대다.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을 투입한 결과 고용보험 자격 상실자 수가 감소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제조업은 정규직 비중이 크고 임금 수준도 높은 편이라 대표적인 '양질의 일자리'로 꼽힌다.
고용노동부가 8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5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352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5만4000명 줄었다.
이 같은 감소폭은 1997년 IMF 국제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1998년 1월 당시 고용보험가입자는 9만9500명이 줄면서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력산업인 전자통신(1만1800명, 2.3%)과 자동차(9000명, 2.4%)를 중심으로 감소 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해외 판매부진과 자동차 산업 불황에 따른 생산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부품을 중심으로 운송장비와 1차금속도 감소폭이 확대됐다. 금속부품 제조업이 2400명 감소했고, 완성차 제조업체 1800명, 자동차 부품업체 7300명 가입자가 각각 줄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는 제조업 중에서도 고임금이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업종"이라며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로 버틸때까지 버티다 이제부터 실업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자동차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54.1% 감소했다. 수출액은 18억500만달러(약 2조2000억원)로 작년 동월의 절반 이하로 줄면서 10년 9개월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완성차업계가 흔들리면서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휴업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1차 협력사인 브레이크 마찰재 생산업체 상신브레이크는 발주량 감소 영향으로 이달 9 영업일간 국내 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일부 부품업체들은 근무인력 조정에도 나섰다. 국내 2위 부품업체인 만도는 지난 3월 노동조합에 생산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자발직 희망퇴직과 순환휴직 등을 제안한 상태다.
제조업이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흥기공의 나기원 대표는 "지난 3월 말 이후 해외 수출길이 막히면서 공장 가동률이 50%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정부에 인건비 지급 보조를 신청했지만 4일 이상 공장 전체 가동 중단 등 지원 요건이 까다로워서 이마저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자리가 차후에도 계속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자동창 부품업체 등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아버리면 향후 현대차 등 대기업이 공장을 재가동했을 때 국내공급망 단절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자동차용 벨로우즈를 생산하는 에스제이엠도 6~7월중에 9일간 모든 공장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경영상황이 어려워졌다. 벨로우즈는 엔진과 배기통을 연결하는 자동차 부품으로, 엔진의 열과 진동을 막아주는 완충장치 구실을 한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에스제이엠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포드, GM, 도요타, 닛산, 푸조시트로엥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김연주 기자 / 박윤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