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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와중에…부동산·증권가도 `깜놀`한 역대급 빌딩 거래
입력 2020-06-08 16:01  | 수정 2020-06-08 19:36
현대해상 강남사옥 전경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사상 최고가 오피스 거래가 성사를 앞두고 있어 주목된다. 강남 테헤란로 부지에 위치한 현대해상 강남사옥이 주인공이다.
역대급 경쟁을 뚫고 이 건물의 주인으로 낙점된 곳은 한국토지신탁이다. 한국토지신탁은 이 건물을 현대해상으로부터 역대 오피스 최고가인 단위면적(3.3㎡)당 3400만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총 매입가는 3600억원에 달한다. 종전 최고가인 삼성물산 서초사옥의 기록(3.3㎡당 305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국토지신탁은 새로 매입한 이 건물을 새 사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에서 과감한 응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해상 강남사옥 매각 주관사인 존스랑라살(JLL)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토지신탁을 선정했다.
업계에서는 임대수익 등을 고려했을 때 평당 매입 적정가를 2000만원대 후반에서 3000만원대 초반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입찰에 참여한 투자자들 상당수가 3000만원대 초반 가격을 적어냈고, 현대해상 자회사인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조차 2000만원대 후반 가격을 적어냈을 정도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자금으로 투자하는 운용사 특성상 향후 거둘 수 있는 수익률이 최대 관심사"라며 "일정 금액을 넘어서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응찰가를 크게 올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한국토지신탁이 홀로 3.3㎡당 3400만원이라는 통 큰 매입가를 써내면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현대해상 강남사옥은 지하 7층~지상 19층, 연면적 3만4983.47㎡ 규모로, 총 매입가는 약 3600억원이다.
한국토지신탁이 공격적인 베팅을 한 배경에는 투자 목적 이외에도 이 건물을 자사 사옥으로 활용하려는 포석이 깔려있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현재 강남구 역삼동 삼성제일빌딩을 임차해 5층에서 9층까지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계열사인 동부건설은 KDB생명타워에 입주하는 등 주요 조직이 강남과 강북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이에 따라 조직을 한곳으로 일원화할 필요를 느꼈고, 이를 위한 건물로 현대해상 강남사옥을 점찍었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한국토지신탁은 강남권역에서 본사 건물로 활용할 건물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전략적 투자회사인 동부건설과 자회사인 코레이트투자운용, 코레이트자산운용까지 이 건물에 입주시키면서 현재 현대해상 강남사옥의 공실을 채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리츠로 건물 매입액 대부분을 모집할 계획"이라며 "자기자본 투자금액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부동산 실사가 막히면서 이번 매물에 대해 높은 매각가가 형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초저금리로 시중에 풀린 돈은 많은 한편 해외 실물자산 투자가 사실상 막힌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국내 우량 매물에 투자수요가 쏠리면서 입찰 경쟁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대로라면 현대해상 강남사옥 딜은 강남권역, 나아가 전국 단위면적당 최고가를 경신하게 된다. 종전 최고가는 2018년 8월 코람코자산신탁·NH투자증권 컨소시엄이 삼성물산 서초사옥을 사들이면서 지급한 3.3㎡당 3050만원이었다. 연면적을 고려한 총 매각가는 7484억원이다. 삼성물산 서초사옥 이전 최고가는 KB부동산신탁이 인수한 강남N타워로 3.3㎡당 2900만원에 거래됐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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