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올 상반기 국내 식재료 가운데 3조원어치가 시장에 유통되지 못했다. 세부적으로는 전국 음식점에 납품되는 2조4000억원가량의 농산물과 학교급식용 식자재 6000억원 가량이 버려지거나 헐값에 판매됐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외식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국내 음식점 매출이 전년보다 약 7조원 줄었고, 여기에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잇딴 개학 연기로 단체급식마저 중단된 것이 식재료 재고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선 농가와 식재료 가공 및 유통업체, 음식점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먹거리 소비진작 방안이 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4월 전국 음식점의 식재료 구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2조3817억원가량 감소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한식에서 줄어든 식재료 구매액이 1조246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타 주점업이 2481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그 규모만큼 식재료가 유통되지 못하거나 폐기됐다는 얘기다.
품목별로는 육류가 6258억원으로 감소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채소류와 곡류는 각각 3969억원, 3578억원씩 줄었다. 수산물도 2955억원가량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등교수업이 연기되면서 급식용 식재료 역시 상당부분 유통되지 못했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누적된 급식용 미납물량만 6325억원에 달한다. 음식점과 급식용 농산품 3조원 어치가 활용되지 못하고 창고에 쌓인 셈이다.
농산품은 유통기한이 짧고 보관법이 까다롭기 때문에 제때 수확하지 않으면 상품가치를 잃는다. 이에 일부 농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헐값에 작물을 처분하는가 하면 그마저도 쉽지 않아 폐기해버리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몇몇 저장 가능한 품목들에 한해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판매처를 찾을 때까지 별도 시설에 맡겨두는 사례도 있다.
업계에선 갈 곳 잃은 식재료 물량이 상당하다는 점을 들어 소비 촉진을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향후 또 다른 유사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전체 식재료 가운데 비중이 높은 육류·곡류의 저장설비를 개선 및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대비해 농산물의 온라인 대체판로를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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