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 SNS 실시간 트렌드에 특정 기자 A씨의 실명이 올랐다.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과 관련된 기사를 쓴 기자의 이름이었다.
정국은 지난 6일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이태원을 방문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는 V-Live 방송을 통해 "최근 제 행동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화도 나고 마음이 상하셨을 것 같다"며 "죄송한 마음이 컸다"고 고개 숙였다.
이태원 방문 사실이 알려진 후 소속사 차원의 입장문이 나왔지만 정국이 직접 입을 연 것은 처음이다. 다수 매체가 이 사실을 보도했고, A기자도 이를 보도했다.
방탄소년단 팬클럽 내에서는 평소 A기자를 '방탄소년단에 대해 긍정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로 자주 언급해왔다. 이에 일부 팬들은 "기자가 배신했다", "왜 논란이 될 사안을 기사화하냐"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내 팬덤 내 또 다른 팬들이 이들의 행동을 비판했고, 그 과정에서 기자 실명과 관련한 글이 2000건 이상 게재돼 실시간 트렌드 상위권에 올랐다. 팬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기자에게 욕설을 한 팬들이 나타나 공개적으로 사과하며 사건은 일단락 된 상태.
이 처럼 일부 팬들의 기자 저격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과 관련해 부정적인 사안을 다룬 기사가 나오면 기자를 비난하거나 '좌표 찍기'를 통해 기사 삭제를 독려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왔다. 앞서 '이태원 아이돌'을 보도한 기자도, 슈가의 믹스테입에 사이비 교주 짐 존스의 음성이 삽입됐다는 기사를 쓴 기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은 "박제한다"며 기자의 프로필을 캡처해 SNS에 게시했으며 이는 수천회 RT(리트윗)됐다. 그 가운데 얼굴 사진이 포함된 게시물도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5년 차 팬인 전 모씨는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거나 기사에 신고 조치를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팬들로 인해 아미라는 팬덤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형성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6년째 팬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민 모씨(23)는 "특정 기자를 네임드화 하고 해당 기자를 '우리 편'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는 지양해야 한다. 기사의 신뢰도와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씨는 "왜곡 보도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사실을 전달하는 기사는 받아들여야 한다"며 "팬덤 내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비판하는 등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원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