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산틸리 감독 "우승 목표가 두렵지 않은 팀 돼야"

"대한항공은 지금 좋은 수프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소스만 더 첨가하면 훨씬 더 좋아질 겁니다."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55살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은 대한항공에서 구현하고 싶은 배구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음식 문화를 가진 이탈리아 출신의 사령탑다운 답변이었습니다.

산틸리 감독이 오늘(8일) 경기 용인 대한항공 신갈연수원 내 체육관에서 첫 공개훈련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지난달 24일 전력분석 전문가인 프란체스코 올레니 코치와 함께 입국한 산틸리 감독은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뒤 이날 팀에 합류했습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박기원 감독과 결별한 대한항공은 V리그 남자부 첫 외국인 사령탑인 산틸리 감독과 손을 잡았습니다.

여자부에서는 일본인 반다이라 마모루가 흥국생명 코치, 감독대행에 이어 정식 감독으로 선임돼 한 시즌(2010-2011)을 치른 바 있습니다.

2주간 한국어를 틈틈이 공부했다는 산틸리 감독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저는 로베르토 산틸리입니다"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한국에 오게 돼 영광"이라며 "대한항공은 국제적으로도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 좋은 수프를 갖고 있다. 소스만 더 추가하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산틸리 감독은 훈련 내내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했습니다. 선수들이 조금이라고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면 곧바로 개입했고, 특히 센터 훈련에 집중했습니다.

기술을 세부적으로 가르치겠다고 선언한 산틸리 감독은 "훈련은 항상 대결 구도로 진행될 것"이라며 "대결을 통해서 경기력을 향상할 수 있다. 또한 경기 느낌을 통해서 선수들이 기술과 전술을 더 빨리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V리그 남자부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이라는 사실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난 부담이라는 단어를 도전으로 받아들인다"고 답했습니다.

산틸리 감독은 새 시즌 목표에 대해 "당연히 우승이지만 그 전에 우리 팀이 우승을 목표로 했을 때 두려워하지 않는 팀이 돼야 한다"며 "또한 경기에서 이기는데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 이기는 과정과 어떻게 이겼는가가 중요하다. 과정, 준비를 어떻게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세터 출신의 산틸리 감독은 선수 이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지도자로서는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2002년 이탈리아 21세 이하 남자 대표팀을 이끌고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2017∼2018년에는 호주 남자 국가대표팀을 지휘했습니다.

프로 무대에서는 이탈리아, 폴란드, 러시아, 독일 리그 등에서 활약했습니다.

다음은 산틸리 감독과의 일문일답입니다.


-- 첫 훈련 소감은.

▲ 안녕하세요. 저는 로베르토 산틸리입니다.(한국어) 한국에 오게 돼 영광이다. 좋은 팀과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게 돼서 좋다. 한국에 올 수 있는 상황이 이뤄져서 꿈만 같다. 훈련과정은 선수들에게 매일매일 조금씩 요구를 할 거다. 2주 동안 자가격리하면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봤지만,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선수들에게 조금씩 더 요구할 생각이다.

-- 추구하는 배구 색깔은. 대한항공에서 구현하고 싶은 배구는.

▲ 대한항공은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배구를 어떻게 하는지 아는 선수들이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지금 대한항공의 스타일에 조금 더 추가하기 위해서다. 기술을 조금 더 추가하고, 특별하게는 팀 기술을 추가하기 위해 왔다. 좋은 선수들이 있고, 국제적으로도 좋은 선수들을 갖고 있다. 지금 좋은 수프를 가지고 있다. 소스만 더 첨가하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 오늘 훈련에서 중점적으로 본 것은

▲ 사전 미팅을 가졌는데, 중점적으로 2가지만 요구했다. 첫 번째는 좀 더 전문적이고 세부적으로 기술 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훈련 시작할 때 리시브와 속공 훈련을 가장 처음 했다. 그렇게 세부적으로 나눠 반복훈련을 하면 좋아지게 마련이다. 경기에 연관된 상황에서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훈련을 지시했다. 두 번째는 훈련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결해야 하는지 얘기했다. 워밍업으로 미니게임을 했는데 대결 구도로 했다. 저희 훈련은 늘 대결 구도다. 강조하는 부분이 경기 느낌이다. 대결을 통해서 그 느낌을 향상할 수 있다. 그 느낌을 향상하면 기술이나 전술을 선수들이 더 빨리 받아들일 수 있다.

-- V리그 남자부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이다. 부담감은 없나.

▲ 대한항공에 오개 돼서 영광이다. 첫 번째 외국인 감독이라 더 영광스럽다. 30년 전에 이탈리아를 떠났을 때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부담감은 외국에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내가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서 오게 된다. 부담이라는 단어를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 여러 팀을 맡았는데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어떻게 다른지

▲ 대표팀 감독도 했었고 다른 리그 감독도 해봤는데 시설은 훨씬 잘 돼 있다. 시설이 좋으면 그 주변에는 프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다른 리그 시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씩 정돈해서 일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배구에서 기술적인, 전술적인 부분은 어디나 다 똑같다. 기술을 보는 게 아니라 사람을 먼저 본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기술이 따라온다.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 2주간의 자가격리 경험이 어땠나.

▲ 2주 자가격리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생각도 정리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여태까지 너무 바쁘게 살았다. 2주의 시간은 내 안의 것을 내려놓고 차분해지는 시간이었다. 동시에 팀에 대해 작업도 하고 전력분석 전문가인 프란체스코 올레니 코치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팀을 운영할지 방향도 논의했다. 기자들이 이렇게 많이 온 것은 한국이 처음인 것 같다.

-- 한국에 와서 배운 표현이 있나.

▲ 감사합니다. 잘 지내? (한국어) 'ㄱ', 'ㄴ'도 배우고 있다. 한국말 열심히 배워서 한국말로 얘기하는 수준이 되고자 한다. 하나(1), 둘(2), 셋(3), 넷(4), 다섯(5). 숫자로 배우고 있다.

-- V리그 영상을 보면서 흥미롭게 본 부분이 있다면. 주장인 한선수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 한국에 대해서 유튜브 영상을 찾아봤는데 톱10 영상이 나왔다. 근데 흥미로웠던 게 그중 6개가 리베로가 코트 밖으로 나가서 다이빙 디그하는 등 허슬 플레이하는 것이었다. 팬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 기본적인 수비력은 좋기 때문에 블로킹 라인 등 전위에 있을 때 조직력을 정비하면 더 좋아질 것 같다. 센터 관련된 훈련은 매일 집중력 있게 진행하려고 한다.

-- 훈련 중간중간 코치를 해줬는데, 어떤 말을 해줬나.

▲ 주의력은 기본적으로 배워야 하는 부분이라서 그 부분을 강조했다. 세터가 네트에 너무 붙어있는 것 같아서 훈련을 주의했다. 그렇게 주의력이 떨어져 보이면 불러서 집중할 수 있게 얘기했다. 집중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지시를 해봐야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집중력을 높이려고 한다.

-- 다른 팀 동영상을 봤다면 흥미로웠던 팀은.

▲ 우리카드도 잘하고 현대캐피탈도 흥미롭게 봤다. 하지만 집중해서 보지는 않았다. 우리 팀만 집중해서 봤다. 외국인 선수 교체했을 때 팀의 퍼포먼스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전 동영상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 한국 여자대표팀의 라바리니 감독과 친분이 있는지.

▲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고 문자도 주고받는다. 한국의 라이프 스타일에 관해 물어봤다. 라바리니 감독이 한국의 조직력에 감탄했다는 얘기를 문자로 전해왔다. 오히려 발렌티나 디우프와 대화를 많이 했다. 디우프에게 한국 어떠냐고 물어보니 이만한 곳이 없다고 말하더라. 계속 디우프가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라고 권유했다.

-- 올 시즌 목표는.

▲ 당연히 우승이지만 그 전에 저희 팀이 우승을 목표로 했을 때 두려워하지 않는 팀이 돼야 한다. 모든 팀이 우승을 목표로 할 것이다. 경기에서 이기는데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 이기는 과정과 어떻게 이겼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정, 준비를 어떻게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