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남북관계의 파탄을 경고한 오늘(8일) 탈북민단체가 인천 강화도에서 쌀을 담은 페트(PET)병을 바다에 띄워 북측에 보내는 행사를 개최하려다 주민 반발에 부딪혀 실패했습니다.
큰샘과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민단체 회원 등 5명은 이날 오전 11시쯤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리 한 마을을 찾았습니다.
앞서 예고한 대로 쌀을 담은 페트병을 바다에 띄워 북측에 보내는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이 타고 온 승합차 2대에는 쌀 1㎏과 마스크를 담은 2ℓ 페트병 100여개가 실려 있었지만, 대북전단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그러나 해안가로 들어서는 외길에서 행사에 반발하는 주민들과 맞닥트렸습니다.
경찰 2개 소대는 탈북민단체 회원과 주민 간 충돌을 우려해 주변을 둘러싸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습니다.
탈북민단체 회원들은 외길 진입이 막히자 승합차에서 내려 "북한 주민들을 돕는 인도적 차원의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니 길을 비켜달라"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행사에 대해 주민들이 불안해하니 되돌아가 달라"며 행사 취소를 요청했습니다.
서로 입장을 굽히지 않던 이들은 급기야 언성을 높이며 다툼까지 벌였지만,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들은 한때 마을 이장단회의에서 토의해보자는 중재안을 수락하며 연락처까지 교환했지만, 재차 행사에 대한 의견이 갈리자 서로 등을 돌렸습니다.
행사 개최가 어렵다고 판단한 탈북민단체 회원들은 이곳에 도착한 지 1시간여만인 이날 정오쯤 승합차를 타고 되돌아갔습니다.
박정오 큰샘 회장은 "2016년 4월부터 이곳에서 쌀 페트병 띄우기 행사를 매당 1∼2차례씩 개최해왔다"며 "그동안 아무 말도 없던 주민들이 최근 왜 우리를 막아서는지 알 수 없다. 이달 20∼21일쯤 다시 행사 개최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 5일 이곳에서 같은 행사를 개최하려다가 실패한 '순교자의 소리'와 우리 단체는 관련이 없다"며 "이 행사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선교단체들도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윤태 매음1리 이장은 "해당 단체가 바다에 띄운 쌀 페트병은 대부분 북측으로 가지 못하고 바다를 오염 시켜 주민들은 수거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북전단으로 인한 북한 도발도 우려되는데 이 행사를 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었다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데 이런 행사를 하면 누가 찾아오겠냐"며 "이장단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계획을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 5일 선교단체인 순교자의 소리는 이 지역에서 같은 행사를 개최하려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실패하고 되돌아갔습니다.
어제(7일)도 다른 선교단체가 같은 내용의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이날 대북전단 살포와 이에 대한 남측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나흘째 대대적인 여론전을 이어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