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태원 집단감염에 혐오대상 된 성소수자들…"아웃팅 테러 두려워"
입력 2020-06-08 10:51  | 수정 2020-06-15 11:05

"가족이 다니는 회사에서 제 개인정보를 다 알고 있어요. 저는 그렇게 아웃팅(동성애 등 성적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 됐어요."

A 씨는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이후 5월 8일 용산구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했습니다.

A 씨의 가족도 자발적으로 자가격리를 하고자 직장에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회사는 "가족의 이름, 나이, 직장을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직원이 이태원 클럽 관련 자가격리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회사가 하는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묻겠다"고도 압박했습니다.


A 씨는 원하지 않았지만 그의 가족은 회사에 A 씨의 개인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지난달 7일 시작된 이태원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성소수자가 주로 방문하는 클럽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소수자들이 한층 심해진 사회적 차별과 혐오, 고립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뒤 5월 12일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성소수자 B 씨는 이후 직장 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낀다고 털어놨습니다.

B 씨는 오늘(8일) "회사 사람들이 계속 클럽을 다녀왔는지 묻고 의심하는 눈초리로 보는가 하면 내가 없는 자리에서 수군거리기도 한다"며 "괜히 눈치가 보여서 실내에서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기 어렵게 됐다"고 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아웃팅 테러'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C 씨는 "성소수자들이 쓰는 애플리케이션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자 실제로 그 앱을 설치해 주변에 누가 성소수자인지 얼굴을 확인하려는 사람이 있었다"며 "다들 프로필을 내리고 공포에 떨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이태원 사태를 계기로 세간에 널리 알려진 '찜방'이나 '블랙수면방'을 보고 성소수자들이 모두 유별난 성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인식해서도 안 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A 씨는 "'게이들은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들'이라는 인터넷 댓글에 엄청난 상처를 받았다"며 "성소수자들이 하나의 모습으로 일반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B 씨는 "나도 평범한 사람처럼 애인과 공원에서 손잡고 걷고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스킨십하고 싶다"며 "왜 그 많은 사람이 그렇게 좁은 공간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이종걸 사무국장은 "코로나19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낙인과 편견으로 성소수자들이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라며 "성소수자들을 지지하고 힘을 줄 수 있는 운동이나 움직임이 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집단 행사나 모임이 줄면서 성소수자들이 같은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 서로 의지할 기회가 없어졌다는 점도 이들이 느끼는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성소수자 단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프라인 모임이나 행사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매년 6월쯤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도 올해 개최가 연기됐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의 정민섭 대표는 "청소년 성소수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학교나 쉼터에 가지 못하고, 가정에서도 성 정체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부모로부터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남녀로만 구분된 쉼터에도 들어갈 수 없어 홀로 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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