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현장에서] 이낙연이 당권에 도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입력 2020-06-08 10:03  | 수정 2020-06-15 10:05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이 당초 지난주에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시기가 자꾸 미뤄지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힌 홍영표, 우원식 의원에 이어 김부겸 전 의원이 출마로 방향을 틀면서 전당대회 판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이 위원장 입장에서 7개월 당대표는 의미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총선이 끝나고 당권 출마로 방향을 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이천화재 조문 당시의 서운함?
한 측근에 따르면, 이 위원장이 당권 도전으로 방향을 튼 이유로 이천화재 조문 논란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위원장은 지난 5월 5일 38명이 희생된 이천화재 당시 조문을 갔다가, 유족들과 말다툼을 벌이면서 구설에 시달렸는데요.
원래 개인 자격으로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조문을 다녀올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엄태준 이천 시장이 동행하면서, 유력 대권후보인 이 위원장의 방문이 유가족과 기자들에게 알려지게 됐습니다.
결국 이 위원장은 다음날 "저의 수양부족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사과를 하며 일단락됐습니다.

문제는 이 위원장이 이렇게 봉변을 당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이 위원장을 적극 감싸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최근 윤미향 의원 논란에서 민주당이나 소속 의원들의 태도와 비교하면 금방 이해가 될 것입니다.
참모들 사이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이 위원장이 종로와 전국을 오가며 지원 유세에 나섰고, 쏟아지는 후원회장 요청에 적극 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대권후보 1위로써 앞으로 끊임없는 공격에 시달릴 텐데, 외곽에 있어서는 조금이라고 흔들릴 경우 이 위원장을 외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 것입니다.
박지원 전 민주당 의원도 대선까지 22개월이나 남은 만큼 여러 풍파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이천화재와 같은 위기는 여러 차례 찾아올 텐데, 당의 울타리 내에서 당대표로 책임을 지고 일하는 것이 차라리 부담이 적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는 것입니다.

■ 전국 단위 경선에 첫 도전
대선후보 경선 하면 누구나 지난 2002년 3월 16일 당시 이인제 대세론에 맞서 노무현 당시 후보가 광주지역 경선에서 승리했던 사건을 떠오를 것입니다.
이렇듯 전국 단위 경선은 아무리 유력한 후보라도 특정 지역에서의 승패 결과에 따라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지난 전당대회 기준, 대의원 투표 45%, 권리당원 투표 40%,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조사 5%의 비율로 결과가 산출됐던 걸 고려하면 지역별로 당원도 만나고 맞춤형 선거운동도 하는 것은 그야말로 소중한 경험입니다.
지난 2012년 대선 경선에 나섰던 김두관 의원 측근은 전국 단위 경선을 뛰어본 것과 아닌 것은 그 차이가 정말 크다고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위원장은 이번 종로선거를 제외하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편안한 선거를 해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004년과 2008년, 2012년 자신의 고향이자 민주당의 본산지인 전남 영광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습니다. 2014년도에 전남지사 후보 경선을 치렀지만, 이 역시 박지원 반대정서가 더 컸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기회에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서 전국 각지를 돌며 당원들도 만나고, 그들을 움직이는 당협위원장과 해당 지역 의원들의 마음을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대선잠룡으로 꼽히는 정세균계 한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와 관련해 "출마 안 하는 사람이 바보다"란 표현을 썼습니다.
이낙연이란 큰 나무가 있는 만큼 전당대회 출마해서 지더라도 별로 타격이 없으며, 차기 후보군에 자기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것입니다. 그런 만큼 군소후보가 난립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합종연횡이 펼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위원장 입장에서 상당히 신경쓰이는 상황이 온다는 것인데, 이번 당대표 선거 출마는 그동안 자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동료 의원들과 스킨십을 확대하는 자기와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정창원 기자는?
=>현재 정치부 데스크.
1996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2018년 10월부터 정치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꾸고 있으며,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정치 현안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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