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네다섯시간 더 일해서 겨우 생활비를 대고 있는데, 매출이 안 줄었다고 지원금 대상에서 뺀다니……."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66살 전규학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일하는 시간을 대폭 늘렸습니다. 손님이 급감한 탓에 일을 더 해서라도 액수를 채우자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런데 이 때문에 소득이 감소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은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전 씨는 오늘(8일) "상황 탓만 하지 않으려고 체력이 닿는 한 힘을 냈는데, 이것 때문에 지원금을 못 받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며 "최소한의 형평성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습니다.
이달 1일부터 정부는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직 종사자,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자에게 1인당 150만 원씩 지급하는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지원금을 수령하려면 올해 3∼4월 소득이나 매출이 비교 대상 기간(작년 12월 등)보다 25% 이상 감소한 사실이 입증돼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근무시간을 늘려 매출을 일부나마 회복한 개인택시 기사들은 또 다른 지원금 사각지대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기도에서 10년째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59살 김 모 씨도 "잠을 줄여가며 일해 매출이 작년 대비 25%까지는 줄지 않았다"며 "그래도 어려운 것은 똑같은데,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열심히 하지 말 것을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초 개인택시 사업에 뛰어든 기사들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택시 면허와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 빚을 낸 이들이 상당수인데, 소득 감소를 측정하는 기준인 '작년 매출'이 존재하지 않아 고용안정지원금 신청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1월 하순부터 개인택시를 시작했다는 55살 임 모 씨는 "코로나19와 딱 겹쳐서 사실상 제대로 된 영업을 못 했다고 보면 된다"며 "그런데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서울시 자영업자 생존자금과 정부 고용안정지원금 등 실질적인 지원은 하나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폐업하고 최근 업종을 바꾼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개인택시 기사 38살 윤현욱 씨는 "3월까지 개별용달 일을 하다가 코로나19 사태로 폐업하고 4월에 빚을 내 택시를 시작했다"며 "나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피해자 중 한 명인데 신규 사업자라고 조건이 안 된다니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윤씨는 "5월부터는 하는 수 없이 택시 쉬는 날 배달 알바를 시작했다"며 "폐업한 자영업자에게도 정부 지원이 있거나 신규 사업자도 똑같이 혜택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최근 개인택시조합에도 기사들의 문의가 쏟아진다고 합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하루에도 '고용안정지원금 조건이 안 되는데 방법이 없냐'는 전화를 100통은 받는 것 같다"며 "고용안정지원금은 고마운 제도이지만 '매출 25% 감소'라는 획일적 규정 때문에 사각지대가 많아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