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전국민 기본소득'이 주요 정책 의제로 떠오른 가운데 기본소득 도입을 두고 여권의 차기 대선 잠룡으로 평가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입장차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도입을 적극 논의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박 시장은 기본소득보다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이 더 시급하다며 맞서는 모습이다. 두 지자체장이 정책 현안을 놓고 의견를 달리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탓에 이른 '대권 경쟁'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시장은 7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전 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전국민 고용보험이 전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게시글에서 "우리에게 24조원의 예산이 있다고 가정해본다. 한국 성인 인구는 약 4000만 명이고 최근 연간 실직자는 약 200만 명"이라고 전제한 뒤 "기본소득은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 똑같이 월 5만원씩, 1년에 6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며 "전 국민 고용보험은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 씩, 1년 기준 12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 특수고용 종사자, 프리랜서 등이 대규모 실업에 맞딱뜨린 현실에서는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전국민 고용보험이 더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박 시장과 달리 이 지사는 지난 6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소비 절벽으로 경기 불황이 구조화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는 경제 선순환을 만드는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는 경제 정책이며 다음 대선의 핵심 의제"라고 주장했다.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국민 기본소득 도입 시 소요되는 연간 재정 부담액과 재원 마련 방안까지 언급한데서 한층 더 강한 톤으로 주장한 것이다.
특히 이 지사는 "일시적 기본소득(재난지원금)의 놀라운 경제회복 효과가 증명됐음에도 정부와 민주당이 머뭇거리는 사이, 2012년 대선 당시 박 후보의 경제교사였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을 치고 나왔고, 어느새 기본소득은 미래통합당의 어젠다로 변해가고 있다"며 조바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주요 정책 현안에 있어 두 지자체장의 입장이 엇갈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과 관련해 이 지사는 지난 2일 "전 국민에게 20만원씩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반면 박 시장은 이틀 뒤인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합리적 배려'가 필요하므로 서울시는 (서울시민 전체가 아닌) 하위 70%에 재난긴급생활비를 줬다"며 "기본소득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2일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진행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이 지사는 14.2%를 기록해 2개월 째 2위를 유지했다. 반면 박원순 시장은 2.3%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8세 이상 남녀 253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29일에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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