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해조류로 만든 `햄버거 패티` 시식해보니…
입력 2020-06-07 06:01 
HN노바텍에서 개발한 대체육 모습. 생선육을 기본으로 각종 양념을 섞었는데, 왼쪽은 다시마에서 추출한 헴(HEME)을 넣은 것이고, 오른쪽은 다시마와 미역에서 각각 추출한 헴을 절반씩 섞어넣은 제품이다. [정혁훈 기자]

생선살과 해조류를 이용해 대체육을 개발한 스타트업이 화제다. 주인공은 HN노바텍.
식품회사에서 오랜 개발 경력을 갖춘 김양희 대표가 지난 2016년 설립한 회사다. 김 대표는 나노 신소재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강희철 이사와 함께 새로운 개념의 대체육을 만들어 냈다.
지금까지의 대체육은 주로 콩 등 곡물을 원재료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HN노바텍은 광어 생선살을 기본 재료로 활용하고 여기에 미역과 다시마 등 해조류에서 추출한 헴(HEME)를 넣어 고기맛을 살렸다. 이밖에 양파와 마늘, 소금, 후추만으로 양념을 한 햄버거용 패티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MSG와 같은 화학조미료를 섞지 않은 데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비욘드미트 식물성 고기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HN노바텍의 핵심 기술은 해조류에서 헴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헴은 철분에 아미노산이 결합한 물질로 고기 맛을 내는 역할을 한다. 미국의 비욘드미트 등은 콩 뿌리에서 추출한 헴으로 고기 맛을 실현했다.
해조류에서 헴을 추출할 경우 장점이 많다는 게 HN노바텍 설명이다. 강 이사는 "해조류에서 추출한 헴은 포화지방이 적고 열량도 낮은 데다 아미노산과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몸에 좋다"고 설명했다. HN노바텍이 고기 맛을 구현하는 데 무려 4년의 시간이 걸렸다. 햄버거용 패티를 비롯해 동그랑땡이나 만두속을 만들 때 이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해조류 헴과 생선살을 이용한 육류맛 햄버거용 패티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해조류에서 헴을 추출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특허를 낼까 고민했지만 오히려 기술 도용 우려가 있어 출원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고 강 이사는 설명했다. 자칫 특허 출원을 통해 기술이 공개될 경우 모방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HN노바텍은 치열한 경쟁을 거쳐 올해 초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 입주한 데 이어 얼마전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주최한 'L캠프 부산2기'로도 선정돼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다. 헴 추출 설비와 생산 시설 증대를 위해 현재 추가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HN노바텍에서 개발한 대체육을 프라이팬에서 구운 모습. 왼쪽은 다시마에서 추출한 헴(HEME)을 넣은 것이고, 오른쪽은 다시마와 미역에서 각각 추출한 헴을 절반씩 섞어넣은 제품이다. [정혁훈 기자]
아무리 기술적으로 훌륭하더라도 맛이 없으면 의미가 없을 터다. 시식을 하기 위해 서울시가 가락시장에서 운영 중인 서울먹거리창업센터를 찾았다. HN노바텍은 이 곳에서 시식이 가능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3가지 종류의 햄버거용 패티를 내놨다. 하나는 광어 살을 이용해서만 만든 패티다. 나머지 하나는 다시마에서 추출한 헴을 넣은 패티, 다른 하나는 다시마와 미역에서 각각 추출한 헴을 절반씩 넣은 패티다. 회사 측에서는 다시마와 미역 헴을 둘다 넣은 패티보다는 다시마 헴만 넣은 패티가 좀더 고기 패티와 맛이 유사하다고 했다. 원가도 다시마만을 사용한 게 더 비싸다고 한다. 기본 원재료가 생선 살이기 때문에 프라이팬으로 익히는 데 진짜 패티보다 시간이 덜 걸렸다.
시식을 하기 위해 여러 패티를 접시에 늘어놨다. 왼쪽부터 순수 생선육을 활용해 만든 패티, 다시마와 미역에서 각각 추출한 헴(HEME)을 절반씩 섞어만든 패티, 다시마에서 추출한 헴을 넣은 패티, L사에서 내놓고 있는 햄버거용 패티. [정혁훈 기자]
이제 시식 타임. 먼저 생선 살로만 만든 패티의 맛을 봤다. 그야말로 생선 패티였다. 생선 살로 만든 전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엔 미역과 다시마에서 추출한 헴을 각각 절반씩 넣은 패티의 맛을 봤다. 생선살 패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맛의 패티였다. 실제 고기에서 느낄 수 있는 쫄깃한 맛은 약해 햄버거용 진짜 패티와 완전히 똑같은 정도는 아니었다.
그 다음엔 다시마 추출 헴만을 넣은 패티를 입에 넣었다. 바로 전에 맛본 패티보다는 훨씬 고기 맛에 가까웠다. 고기처럼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편이어서 완전히 똑같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고기라고 하고 먹어보라고 하면 고기로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한 맛이었다. 생선 살을 이용해 이런 맛과 식감을 냈다는 게 신기했다. 다소 퍽퍽한 느낌이었는데 강 이사는 "식물성 기름을 조금 더 첨가하면 그 부분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양희 HN노바텍 대표가 자체 개발한 대체육으로 만든 동그랑땡을 프라이팬에 굽고 있다. [정혁훈 기자]
김 대표는 이번엔 L사에서 가져온 햄버거에서 원래의 패티를 빼내고 다시마 헴으로 만든 패티를 넣은 뒤 먹어보라고 했다. 햄버거에 들어가 있는 야채와 소스 등이 전체 맛에 영향을 끼친 탓인지 원래 햄버거 맛과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진짜 고기 패티로 만든 햄버거가 아니라고 의심하기 어려웠다. 이 정도면 대체육 햄버거로 만들어 팔아도 감쪽같은 맛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 대표는 "학교 등 단체급식용으로 이 패티를 공급할 계획"이라며 "관심을 가진 업체들이 있어 공급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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