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출 상환 유예하러 은행 갔더니 돌아온 말 "신용등급 2단계 낮출 것"…서울 4성급 호텔 경영주의 눈물
입력 2020-06-05 16:28  | 수정 2020-06-06 16:37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지원책은 12개가 넘는데 실제로 볼 수 있는 혜택은 없었습니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4성급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5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2018년 초 문을 연 A씨의 호텔은 높은 접근성과 활발한 마케팅으로 지난해 28%에 달하는 매출 대비 순이익률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로 매출이 전년의 10% 수준으로 수직하락했다. 정직원 50여명은 3교대로 근무하고 있고, 30명이 넘던 아웃소싱 업체 직원은 7명만 남았다.
A씨의 봄은 거절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2월 금융권이 숙박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대출 확대와 이자 상환을 6개월간 유예해주겠다고 했으나 사실상 거절당한 것이 첫 번째였다. 그는 "주거래 시중은행을 찾아갔더니 '이자 상환을 유예해 줄 수는 있다'고 하면서도 '대신 우리도 BIS 비율(자기자본비율) 등을 고려해야 하니, 6월말 안으로 있을 신용 등급 재평가에서 2단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럼 지금 당장은 이자 상환이 유예가 되더라도 6월 이후로는 내야 할 금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데 어떻게 해달라고 하겠느나"며 "월 1억이 넘는 이자를 꾸역꾸역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눈을 돌린 것은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산업은행이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억원까지 대출이 된다고 했으나 재단 측은 재무재표상 적자를 이유로 1억원의 대출금만을 내줬다. 그는 "호텔업은 특성상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실제 오픈 직후인 지난 2018년 4월 한달간 매출 수익률이 14%이고 2019년 한해 수익률은 28%로 개선되는 등 수치를 봐 달라고 했으나 그런 수치는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110억원의 매출을 올린 A씨의 호텔은 전년 대비 매출이 90% 감소한 현 상황에서 150억원의 유동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1분기까지는 코로나19가 종시돼 해외 관광객들이 다시 국내를 찾을 수 있다는 가정을 했을 경우다. A씨는 "코로나19로 모든 산업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대기업은 수조원씩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영세상공인들도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는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은 거의 없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말 서울시가 400여개 관광호텔을 대상으로 최고 500만원 지원책을 발표한 것을 두고도 "하루치 마케팅비면 다 사라진다"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을 담보로 2억원 대출을 받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를 비롯한 호텔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올해를 버티기 힘든 기업들이 많다'고 말한다. 이러한 예측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예측된다. 호텔업 특성상 초기 투자비용이 높고 고용된 인력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말 음식숙박업의 부채비율은 201.5%로 비제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차지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음식숙박업의 고용유발계수(재화 10억원을 생산하기 위해 발생하는 직간접 피고용자 수) 역시 10.57명으로, 서비스업 전체 평균 9.8을 상회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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