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의 대대적 증세를 통해 고용유지와 사회안전망에 재투자할 것을 요구했다. 코로나19 재난시기에 해고금지 명문화를 비롯해 문재인 정부 출범 때 약속한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약속을 지킬 것을 압박했다. 고통분담을 통한 사회적 대타협을 홍 부총리가 요구했지만 '노력하겠다' 밝혔을 뿐 구체적 양보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기획재정부 및 민주노총에 따르면 양측은 5일 오전 정부 서울청사 부총리 집무실에서 단독 면담을 진행했다. 정부 측에선 홍부총리와 주요 참모들이 참석했고 민주노총 측에선 김명환 위원장, 박용석 정책연구원장, 이주호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면담은 한달 전부터 민주노총 요청에 따른 것이다. 홍 부총리는 면담에서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해 8조9000억원을 배정하는 등의 정책을 설명했다. 홍부총리는 "위기 상황에서 노사가 힘을 합쳐 지난달 20일 발족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 큰 틀의 대타협을 타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재난시기 해고금지의 명문화를 비롯해 취약계층에 대한 생계소득 보장, 전 근로자 고용보험 등의 고용안전망을 강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기간산업에 금융지원 때 해고 금지를 전제로 할 것 등을 요청했다.
특히 이같은 고용유지·전 근로자 고용보험 등의 고용안전망 강화에 소요되는 재원마련을 위해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금융소득종합과세, 주택임대세 인상을 요구했다. 또 사내유보금 과세제도 유지와 함께 기업의 부당·불법 이익에 대해서 환수조치도 요구했다.
그러나 전국민 고용보험을 주장하면서 근로자의 부담은 언급하지 않은 점은 '사회적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규직 근로자 위주인 민주노총이 먼저 보험료 인상을 부담하겠다고 나와야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취약계층인 특고나 플랫폼 근로자가 고용보험 틀 안으로 들어온다면 보험금 부담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민주노총은 엄연히 정규직 근로자 위주인 만큼 전국민 보험을 주장하려면 사회적 책임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노총이 공공부문 일자리 증원을 요구한 건 공공기관 인건비 제한을 풀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부문 노조들의 요구를 전달한 것인데 이 요구는 공기업·준정부기관 인건비 제한과 맞물려 있다. 기재부가 매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으로 총인건비 증가율을 묶어 놓는걸 어느정도 풀어달라는 것이다. 최근 공공부문에서 조합원을 크게 늘린 민주노총의 숙원사업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거부한 민노총은 경사노위 산하 공공기관 위원회엔 반쯤 발을 걸치고 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의 틀을 통해 논의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사노위 참여는 거부했지만 작년말 공공기관 위원회에 기재부가 참석하면서 민주노총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공공기관 인건비를 다루는 기재부와 담판을 벌이려는게 민노총의 속내다"고 말했다. 민노총은 이미 진행중인 원포인트 노사정 대표자 회의와 별도로 정부 주요 인사를 만나면서 정부·사측과의 '고통분담' 논의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김 위원장은 3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났으며, 4월에는 정세균 국무총리, 은성수 금융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도 각각 면담을 했다.
[이지용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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