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제추행' 오거돈, 영장 기각은 전관 변호사 덕?
입력 2020-06-03 15:16  | 수정 2020-06-10 16:05

부하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전관 출신 변호인 조력으로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법조계 분석이 나옵니다.

오 전 시장은 오늘(2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행은 인정하나 구체적인 범행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지난달 22일 피의자 조사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 전 시장이 자칫 혐의를 부인하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영장실질심사에 나선 법무법인 상유 대표 최인석 변호사는 '부산시장을 지낸 피의자가 자존심 등으로 자신한테 불리한 건 기억하고 싶지 않고 실제 안 했다고 믿는 인지 부조화 현상일 뿐 혐의를 부인하는 건 아니다'고 변호했습니다.


최 변호사의 인지 부조화 주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는 인정하되 범행의 우발성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해석이 법조계에서 나옵니다.

지역 한 변호사는 "언뜻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혐의는 인정하면서 책임은 회피하는 고도의 전략으로 보인다"며 "향후 재판에서 감형까지 기대할 수 있는 방어 논리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측이 인지 부조화를 주장하는 것은 드물다는 것이 법조계 전언입니다.

영장실질심사 내용을 전해 들은 경찰 역시 오 전 시장의 인지 부조화 논리에 당혹감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오 전 시장 측이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장, 울산지방법원장 등을 지내고 지난해 1월 개업한 전관 출신 최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사실은 영장실질심사 출석 때 공개됐습니다.


경찰은 사전에 영장실질심사에 참여하는 변호인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오 전 시장 측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 전 시장 측은 그동안 사퇴 공증을 한 법무법인 부산과 부산동부지청장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최 변호사는 오 전 시장 영장실질심사를 심리한 조현철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2012년부터 2년여간 부산고법에서 함께 근무했습니다.

당시 최 변호사는 부장판사, 조 부장판사는 평판사 신분이었습니다.

부산대 법대 12년 차 동문인 두 사람은 같은 합의부는 아니었지만, 부산판례연구회 활동이나 국선전담변호사 워크숍 등을 함께 하며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이나 검찰이 사전에 최 변호사 선임을 알았다면 법관 기피 신청까지 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지역 법조인은 "보통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법관 기피 신청을 잘 하지 않는 편이고 신청하더라도 대부분 기각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피의자 입장에서는 실력도 좋고 판사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조 부장판사는 앞서 "사안이 중하지만 불구속 수사 원칙과 증거가 모두 확보돼 구속 필요성이 없고 혐의 인정,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오 전 시장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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