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 D램 이어 낸드도 압도적 1위 노린다…글로벌 시설투자 `독식`하며 치킨게임 준비
입력 2020-06-03 14:38  | 수정 2020-06-10 15:07

8조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신규 생산라인 투자를 발표한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내년까지 글로벌 낸드 설비 증설을 사실상 독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경쟁사들의 투자가 주춤한 틈을 타 압도적인 낸드 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초대형 투자를 단행하고, 향후 수요 증가에 적기 대응해 독보적인 낸드 시장 1위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2020년과 2021년 글로벌 낸드 시장의 빗그로스(비트 단위의 출하량 증가율)를 각각 29%와 40.3%로 추정했다. 웨이퍼 생산능력 기준으로는 2020~2021년 2년 간 총 월 10만5000개가 순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 가운데 10만3000개가 삼성전자 물량으로 분석됐다. 사실상 내년까지 낸드 설비 신규 투자는 삼성전자만 하는 것이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이 기술력, 원가 등 삼성전자의 낸드 사업 경쟁력이 경쟁사 대비 압도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를 제외한 낸드 생산업체들은 손익분기점 수준의 이익을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유일하게 20%대 이익률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글로벌 낸드 시장의 전체 이익 가운데 90% 이상을 삼성전자가 가져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이익 격차가 큰 경쟁사들은 코로나19 등 불확실성에 투자 여력까지 제한되면서 과감한 투자 결정이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35.9%로 2위 키옥시아(19%)보다 두 배 가까이 앞서 있다. 업계는 예상대로 향후 낸드 시장 수요가 확대되고 삼성전자가 이 수요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면 점유율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와 미·중 분쟁으로 메모리 시장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요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전문가들이 대부분 동의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시장이 활성화되며 낸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삼성전자의 낸드 재고는 2주 수준으로 공급 부족 상황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낸드 수요를 견인하는 분야는 바로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는 넷플릭스 등 스마트 기기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영상, 사진, 문서 등을 저장하는 도서관 역할을 하는 필수 시설이다. 5세대 이동통신(5G)와 스마트 기기 사용 증가에 따라 소비되는 데이터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왔다.
데이터센터 업체들 사이에서는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량이 낮은 고성능·저전력 낸드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많다. 전력 소비를 낮추고 내구성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는 만큼 운영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수요에 맞춰 내년 하반기 가동 예정인 평택 2라인 낸드 생산라인에서 최첨단 낸드 제품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6세대(100단 이상) V낸드 제품을 양산한 삼성전자는 이번 신규 라인에서 160단 이상 쌓아올린 7세대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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