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막판 '검찰수사심의위 카드' 꺼낸 이재용…검찰 수사 변수 될까
입력 2020-06-03 14:22  | 수정 2020-06-10 15:05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둘러싼 의혹으로 1년 6개월 동안 수사를 받아온 52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꺼내든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카드'가 막바지로 접어든 검찰 수사의 향배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됩니다.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은 기소나 구속 여부에 대한 판단을 검찰이 아닌 외부전문가들의 손에 맡겨 보다 공정한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의미입니다. 이 부회장 측의 이 같은 선택에는 검찰이 혐의 입증을 위해 장기간 수사에 쏟은 힘과 노력을 고려할 때 기소 판단을 검찰에만 맡기기보다 외부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더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 부회장 측 뜻대로 검찰수사심의위가 소집될지도 미지수입니다. '삼성 합병·승계 의혹' 사건이 국민적 의혹을 사고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란 점에선 검찰수사심의위 제도의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 도입 후 2년 동안 검찰수사심의위가 실제로 가동된 사례는 극히 적고, 피고인측 요청으로 검찰수사심의위가 소집된 경우는 더 드뭅니다. 게다가 검찰수사심의위가 소집된다 해도 이 부회장 등의 기소·불기소에 대한 예측은 더욱 불투명해 보입니다.


◇ 서울중앙지검 시민위, 조만간 수사심의위 소집 가부 판단

오늘(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일부 사장급 임원 측은 전날 오후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기소·불기소 여부를 심의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조만간 자체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이 사건을 대검찰청의 검찰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두차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의혹의 핵심인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만큼 곧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의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으로 인해, 후속 절차의 경과에 따라선 검찰의 기소 판단이 더 늦춰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검찰수사심의위 2년간 총 8차례 소집

검찰수사심의위는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인 2018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주요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입니다.

당시 마련된 대검찰청 예규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라 검찰수사심의위는 대검찰청 산하에 꾸려졌습니다.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은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혹은 일선 검찰청 검사장의 요청을 받아하지만, 각 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가 고소인이나 피해자,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의 신청을 받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검사장의 소집 요청은 검찰총장이 거부할 수 있어도, 시민위의 소집 요청이 있는 경우는 검찰총장이 반드시 검찰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합니다.

사건관계인은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에 대한 판단이나,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평가 등을 사유로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제도 도입 후 2년 동안 검찰수사심의위는 총 8차례 소집됐습니다. 이 중 일부는 검찰총장 직권으로 소집된 경우라 사건관계인의 요청으로 소집된 경우는 그보다 훨씬 적습니다.

이 같은 전례에 비춰보면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에서 이 부회장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에 넘기지 않기로 결정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 등을 협박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유튜버 김상진 씨는 검찰 수사가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지만, 서울중앙지검 시민위는 심의 대상이 아니라며 안건을 부결했습니다.


◇ 검찰수사심의위 소집돼도 결과 예측 어려워

만약 서울중앙지검 시민위가 이 부회장 측 요청을 받아들여 검찰수사심의위가 소집되더라도, 현재로선 이 부회장의 기소·불기소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과거 증거 부족으로 기소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수사심의위가 기소 의견을 낸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문무일 전 총장은 2018년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인사개입' 혐의에 대한 외부의 조언을 듣기 위해 총장 직권으로 검찰수사심의위를 소집했습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인사 임무를 맡고 있던 안 전 국장의 혐의에 대해 어디까지가 불법인지 증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사건을 들여다본 조사단 역시 인사개입의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검찰수사심의위는 안 전 국장에 대해 구속기소 의견을 냈습니다.

2018년 11월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삼성 합병·승계 의혹'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검찰은 혐의 입증을 위해 많은 수사 인력과 자원을 투입했습니다.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과거 삼성 수뇌부와 통합 삼성물산 등 계열사 전·현직 고위 임원들만 해도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 등 100여명에 달하고, 소환 횟수는 1천여회에 이릅니다. 공개된 검찰 압수수색만 삼성 관계사 17곳에 7차례 정도입니다.

일각에선 검찰수사심의위에서 이를 통해 검찰이 확보한 증거들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소에 더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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