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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위 확산하는데 뉴욕증시 전력질주…월가 "시장에 양심은 없다"
입력 2020-06-03 13:56  | 수정 2020-06-10 14:07
최근 뉴욕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나스닥과 S&P500이 전고점(올해 2월 19일) 돌파를 앞두고 있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퍼진 가운데 뉴욕 증시가 '나홀로 상승세'를 보여 글로벌 금융시장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여파로 대량 실직 사태가 벌어진 데다 미·중 갈등과 시위까지 겹쳐 실물 경제가 연달아 악재를 맞았는데도 주가가 오히려 오른 결과 금융·실물 괴리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증권가에서는 이런 금융·실물시장 격차에 대해 대규모 추가 경기 부양책과 경제 재개 기대감이 코로나19 2차 확산 우려와 시위 불안감보다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이 추가 경기 부양책 논의에 들어간다는 소식과 더불어 잠잠해졌던 '마이너스 금리' 논의가 다시 한 번 언급되면서 시장 관심을 끄는 모양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대통령이 이번 주 백악관 참모진 회동을 통해 추가 경기 부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코로나19에 따른 '주당 600달러 실업 급여'가 오는 7월 31일에 끝난다는 점을 감안해 백악관은 이번 주 참모진 논의가 끝나는 대로 조만간 연방 의회와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총2조 2000억 달러 규모 코로나19 경기 부양책을 지난 3월 27일부로 발효하면서 한 주당 600달러의 실업 급여를 지원해왔는데 오는 7월 31일부로 예정된 최장 4개월 기간이 끝난다.
의회 차원에서도 코로나19에 따른 '주당 600달러 실업 급여' 후속 방안을 준비 중이다. 상원을 주도하는 공화당은 적용 기간 연장보다는 '취업 보너스'를 지급해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나서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자는 입장이다. 롭 포트먼 상원의원은 실업자가 다시 일자리를 찾으면 한 주당 450달러를 취업 보너스로 지급하자는 법안을 지난 달 말 발의했다. 이는 지난 달 27일 연방준비제도(연준)이 베이지북을 발표하면서 "4월 실업률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14.7%이며 이는 노동자들이 건강 문제 외에도 관대한 실업 보험 혜택을 의식해 직장 복귀를 꺼려한 결과"라고 분석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대안이다. 최근 시카고 대학과 미국행동포럼은 코로나19사태로 실업자의 60~70%가 직장에 다니며 번 돈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는 공동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 실업 급여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공화당은 코로나19와 관련한 사업장 소송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상황 좋지 않은 사업주들의 배상 책임을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CNBC가 2일 전했다.
반면 하원을 주도하는 민주당 측에서는 실업 급여 혜택 적용 기간을 오는 2021년 1월까지로 연장하자는 입장이다. 하원은 실업 급여 혜택 연장과 가구 당 1200달러(자녀 가구 최대 6000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3조 달러 규모 추가 부양책 관련 법안을 지난 달 15일 통과시킨 바 있다. 이와 별개로 상원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 경선 후보였던 카말라 해리스 의원과 버니 샌더스 의원이 손잡고 가구당 2000달러를 일괄 지원하는 '보편적 기본소득 법안'을 지난 달 발의한 상태다.

재정 정책과 별개로 금융·통화정책 부문에서는 연방준비은행(연은) 보고서에서 '마이너스 기준 금리' 를 언급됐다는 CNBC보도가 2일 나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이 웬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달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극복하고 완연한 V자 반등을 이루려면 마이너스 기준 금리와 대규모 인프라 지출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이라는 공격적 재정정책을 펴 V자 회복을 이뤄낼 수 있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저금리와 연준의 자산매입에 의존한 결과 L자형에 그치는 경기 회복을 이뤘을 뿐"이라면서 정부와 연준의 추가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월 13일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마이너스 금리는 적절한 정책 도구로 보이지 않으며, 검토한 적 없다"고 밝힌 바 있고, 연은 연구 보고서는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 결정을 흔들만한 요소가 아니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관련 논의가 완전히 중단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의미를 두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2일 뉴욕 증시 대표 3대 지수는 다시 한 번 일제히 상승했다. 정부와 연준의 경기 부양 의지가 새삼 떠오른 결과다.
특히 '대형주 중심' S&P500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은 전고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날 S&P500은 전일 대비 0.82%오른 결과 3080.82포인트를 기록해 전고점(2월 19일 3386.15포인트)의 91%에 달했다. 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59%오른 결과 9608.38포인트를 기록해 전고점(2월 19일 9817.18포인트)의 98%에 다다른 상태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도 1.05%올라 2만5742.65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런 상승세는 인종차별 시위 확산세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는 가운데 같은 날 2일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이 워싱턴 DC 일대 시위대 해산 명령을 내린 상황과 극명히 대비된다. 이를 두고 LPL 파이낸셜의 제프 부흐빈더 전략가는 "실물 경제와 주식시장의 분리 현상이 최근 투자자들의 큰 관심사"라면서 "현재로선 낙관론과 대규모 경제 재개 기대감이 크고 코로나19 2차 파동이나 미·중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가 일정 부분 가려져있는 상태"라고 봤다.
다른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제프리스의 스티븐 드상티스 전략가는 "시장은 6~9개월 앞을 내다본다"면서 "경제 재개가 하나 둘 시작되면서 기업 실적과 실물 경기가 회복을 앞둔 반면 시위는 앞으로 2주 정도면 마무리 될 것으로 보여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iQ캐피털의 키스 블리스 경영파트너도 "투자자들 대부분이 앞으로 기업 상황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물 경제 분위기와 뉴욕 증시 주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 데 대해 CNBC방송 '매드 머니' 증시 프로그램의 유명 해설가 짐 크레이머는 "이런 현상은 결국 시장에 양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해 관심을 끌었다. 크레이머는 "젊은 세대를 포함해 투자자들은 돈을 벌고 싶어한다"면서 당분간 재택 근무 관련 기업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비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보다)최고의 투자가 아니지만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레이머는 재택 근무 시대에 강점을 가지는 기업들로 기존의 아마존과 페이스북 같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 외에 화상 비디오 업체인 '줌'과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정보·보안 업체 'Z스케일러', 온라인 접근·신원 관리 서비스 업체 '옥타', 방화벽·컴퓨터 바이러스 관리업체 '포티넷', 이메일 보안 등 디지털 리스크 관리업체 '프루프포인트', 사이버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전자 서명 관리업체 '도큐사인' 등을 꼽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위가 장기화되거나 대규모 시위가 코로나19 2차 확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드상티스 전략가는 "대규모 시위를 계기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돼 경제 재개 일정이 늦춰지는 경우 증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RBC의 로리 칼바시나 미국 증시 수석 전략가는 "5월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대한 희망이, 6월은 미·중 갈등과 시위에 따른 사회 불안이 뉴욕 증시를 움직이는 주된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다만 S&P 500은 여전히 당장의 뉴스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위가 장기화되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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