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에 대응해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한 가운데 일본 측이 당국 간 대화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되 일본과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한국 측의 방침에 대해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는 "쌓아 올려 온 것이 무너진다"고 말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오늘(3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간부는 한국의 이번 결정이 "왼손으로 때리면서 오른손으로 악수하자는 이야기다. 모순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일련의 반응은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작년 11월 보류한 후 재개된 한일 수출관리 정책 대화 등 당국 간 대화를 일본이 중단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일본이 문제 삼은 사항을 모두 개선했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관해 일본 외무성 간부는 "경과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며 개선점을 끝까지 잘 살펴보고서 완화할지 판단한다는 것이 일본 측의 방침이라고 아사히는 전했습니다.
일본 언론은 한일 지소미아에 관한 한국 측의 판단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올해 8월 한일 지소미아를 다시 연장할지 여부가 결정될 것임을 거론하며 "한국 측이 다시 협상 파기(지소미아 종료를 의미함)를 내비치며 일본의 조치 철회를 압박한다는 견해도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신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주력 반도체 산업에 장애가 되는 일본의 조치(수출 규제 강화)를 조기에 해소해 국내 여론에 어필하고 싶다는 의도"라고 WTO 분쟁 해결 절차 재개 결정의 배경을 해석했습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한국 여당 내에 지소미아 종료를 요구하는 주장이 뿌리 깊다고 진단하면서 한일 관계 교착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경제산업성의 한 간부는 "한국 측의 발표 내용을 검토하고 관계 당국과 협의하면서 앞으로의 대응을 생각하고 싶다"고 산케이에 밝혔습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은 "한국이 실제로 WTO 제소를 단행할지는 미지수다. WTO에서 분쟁이 이어지는 동안 한국이 조기 철회를 요구하는 일본의 수출관리 엄격화 조치가 이어지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WTO의 분쟁 처리 결론이 나올 때까지 평균 2년 이상이 걸리며 상소 기구가 미국의 반대로 정원을 확보하지 못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외교가에서는 일본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한국의 수출 관리 시스템을 문제 삼았으나 수출규제는 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이므로 한국 정부가 제도를 개선했다는 것만으로 일본이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