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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가 간과한 ‘헌법’ 위의 ‘국민 정서법’[김대호의 야구생각]
입력 2020-06-03 11:37  | 수정 2020-06-03 12:42
강정호의 복귀를 둘러싼 논쟁은 한국프로야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진=MK스포츠 DB
‘헌법 위에 국민 정서법이 있다란 말이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그만큼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단 뜻이다. 특히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이나 인물일수록 여론이 중요하다. 자칫 법적 처벌 결과가 대중의 분노 게이지를 치솟게 만들기도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가 잠자고 있던 민심을 들쑤셨다. 사법기관도 아닌 KBO가 법조문 운운하다 여론의 큰 물줄기를 간과했다. KBO가 음주운전 3회 상습범에 뺑소니, 운전자 바꿔치기의 강정호(33)에게 내린 1년 유기실격 처분은 예상대로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강정호 영구퇴출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으로 프로야구 보이콧, 정운찬 KBO 총재 사퇴 등 팬들의 프로야구를 향한 전방위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KBO의 잘못된 결정 하나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KBO는 강정호 복귀 여부가 이슈가 되고 있는 현실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KBO가 강정호에게 예상과 동떨어진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데는 강정호 측 눈치를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강정호 측 변호인은 KBO에 임의탈퇴 복귀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줄곧 공소시효와 소급적용 불가를 주장했다.
형법상 타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KBO는 형법을 다루는 기관이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는 법적 처벌과 별개로 품위 유지와 도덕적 책무가 있다. 만일 KBO에서 강정호에게 2년 실격 처분만 내렸어도 지금처럼 팬들의 분노가 들끓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KBO는 혹시 모를 강정호 측의 소송 가능성에 몸을 움츠렸다. KBO로선 대중 스포츠 스타로서 범법행위를 한 강정호의 중징계에 대해 논리가 얼마든지 있는데도 말이다. 강정호 변호인과 에이전트는 강정호가 1년 정도 징계를 받으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한국무대에 복귀할 것으로 예단했다. 대단한 착각이다.
윤창호 법 이후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은 냉정하다. 음주운전을 잠재적 살인행위로 간주한다. 강정호 복귀가 논쟁이 되는 건 프로야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과 인터뷰도 이미 때가 늦었다. 지금까지 음주운전 사고로 그라운드를 떠난 선수가 몇 명인지 따져 보기 바란다.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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