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에 군대 파견을 요청했다는 주장을 담은 책을 펴냈던 작가에게 1심에서 명예훼손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진재경 판사는 2017년 '보랏빛 호수'라는 책에서 '김 전 대통령이 5·18 당시 북한 김일성 주석에게 특수부대 파견을 요청했다'고 주장해 기소된 탈북민 출신 작가 이 모 씨에게 오늘(3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지난해 3월 이 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습니다. 이 여사는 3개월 뒤인 6월 별세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 씨를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이 씨 측은 이 여사가 고소 당시 고령으로 건강이 악화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고소 의사를 표명할 수 없었으며, 자신의 책에 적시한 5·18 관련 주장은 진실이며 설령 허위라고 해도 본인이 진실인 것으로 믿은 만큼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이 씨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여사가 당시 고령이었고 기력이 쇠한 상태였으나, 증인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비록 몸은 불편해도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은 잘 됐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회가 1990년대부터 5·18 관련 법률을 여러 차례 제정했고, 대법원 역시 5·18에 대해 전두환이 헌법기관과 대통령, 국민을 강압하는 상황에서 항거한 정당한 행위라고 판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제출한 탈북 군인들의 발언, 북한에 있을 때 봤던 5·18 관련 신문 기사와 영상을 보아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일성이 결탁했다고 볼 만한 정황을 살펴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탈북 이후 10년 이상 대한민국에 거주하면서 5·18과 관련한 보편적 인식과 증거를 접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들은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만 책에 기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씨에 대해 "고인의 유족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주었음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어 죄책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의 행위 때문에 5·18이나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는 보이지 않고, 피고인이 자라온 환경과 경험, 사회적 여건을 고려해 보면 실형을 선고할 것까진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