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승현 전 김포시의장 감형 이유 봤더니…"골프채, 살인 도구 단정 어려워"
입력 2020-06-03 11:16  | 수정 2020-06-10 12:05

아내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56살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의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감형받았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3일 유 전 의장의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가 아닌 상해치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7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습니다.

유 전 의장은 지난해 5월 15일 김포시 자택에서 술에 취해 아내를 골프채와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그는 범행 뒤 119구조대에 전화해 "아내가 숨을 쉬지 않는다"라고 신고하고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그는 과거 아내의 불륜을 두 차례 용서하고 결혼생활을 유지했으나, 다시 불륜 사실을 알게 되자 이를 추궁하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심은 건장한 체격의 유 전 의장이 피해자의 온몸을 강하게 때리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이에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전후의 사정을 종합해보면 술을 마신 피해자의 자해를 말리려다가 몸싸움이 시작됐다는 유 전 의장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고, 과거 두 차례 피해자의 불륜을 용서했다는 점에서 새로 알게 된 불륜으로 살해하겠다는 의도를 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 범행 후 119에 신고하기까지의 경위 등을 봐도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로 방치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범행 도구로 지목된 골프채에 대해서도 "앞부분으로 피해자를 가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검시 결과 등 증거를 종합하면 앞부분을 잡고 막대기 부분으로 피해자의 하체를 가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골프채가 살인의 도구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체에서 중대한 외력 행사의 흔적이나 큰 출혈 등이 없었던 것으로 미뤄, 유 전 의장이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만을 인정한 재판부는 "여러 차례 외도를 용서했으나 피해자와 내연남이 자신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등의 대화 녹음을 듣고 범행에 이른 면이 있고, 자녀들과 피해자의 친정어머니 등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다만 "가정폭력은 어떤 이유나 동기에 의하든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것으로, 이런 가정폭력을 행사한 끝에 배우자를 사망하게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선고를 들은 유 전 의장은 큰 소리로 흐느끼며 재판부를 향해 여러 차례 허리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방청석에 앉은 유 전 의장의 자녀도 "아빠"를 부르며 흐느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