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워싱턴DC 대주교 "당황스럽고 부끄럽다"…트럼프 `종교 정치화` 비판
입력 2020-06-03 11:09  | 수정 2020-06-10 11:37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틀 연속으로 종교시설을 방문하는 정치 행보를 보이자 종교계에서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2일(현지시간) 백악관 인근의 세인트 존 폴(성 요한 바오로)2세 국립 성지를 방문했다. 전날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세인트존스 교회에서 성경책을 들고 사진촬영을 가진 뒤 또다시 종교시설을 찾은 것이다.
이에 종교계 인사들은 "대통령이 정치적 선전을 위해 종교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워싱턴DC 대교구의 윌턴 그레고리 대주교는 "가톨릭 시설이 우리의 종교적 원칙을 깨는 방식으로 터무니없이 오용되고 조작되는 것이 당황스럽고 부끄럽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인간의 존엄과 권리와 관련해 열정적인 수호자였다"면서 "평화와 숭배의 장소 앞에서 사진을 찍기위해 최루탄을 뿌려 인파를 해산시킨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레고리 대주교 같은 사람이 대놓고 트럼프에 대해 이렇듯 극명한 입장표명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가톨릭 주교인만큼 사안을 언급할 때 광범위하게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뜻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주교로 알려진 그레고리 대주교는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성직자로 꼽힌다. 미국 가톨릭계가 아동 성추문 스캔들에 휩싸였을 당시 공개적인 비판에 나서고 성적 소수자(LGBT) 이슈에도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라파예트 공원에 인접한 세인트존스 교회를 방문한 직후에는 성공회 워싱턴교구의 매리앤 버디 주교가 그의 행동에 "격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버디 주교는 같은날 저녁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권위주의적인 독재자처럼 행동한다"면서 "그가 허락도, 사전 경고도 없이 (세인트존스를) 방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처받고 신음하고 있는 이 나라를 향한 대통령의 선동적인 대응에 어떤 방식으로든 지지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WP는 "두 종교시설에 모습을 드러낸 트럼프의 시도는 보수층 복음주의자들과 가톨릭 유권자들의 표심을 노렸던 것"이라며 "그러나 두 모습 모두 거센 비난에 부딪혔다"고 평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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