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핫이슈] 약탈·폭력 시위에서 드러난 미국의 민낯
입력 2020-06-03 09:52  | 수정 2020-06-10 10:07

미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세계의 리더 미국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는 이미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 상태다. 초기에 평화적으로 시작했던 시위는 약탈과 방화 등 폭력으로 얼룩져 무고한 시민들까지 피해를 입혔다. 시위 행태가 변하면서 무엇을 위한 시위인지도 가리기 어려워져 버렸다.
이제는 시카고.필라델피아 등 미국 곳곳에 자리잡은 한인타운에서도 상점 약탈이 발생해 자칫 지난 1992년 LA 폭동 때와 같은 피해가 나타날까 우려를 키운다.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군까지 투입하며 강경 진압 일변도로 대처해 시위대를 더 자극하고 있다.
지난 1일(미국 현지시간)에는 시위 진압 작전에 나선 군경의 총격으로 인해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바비큐 식당을 운영하는 흑인 데이비드 맥에티가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맥에티는 시위대도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나 성난 군중들을 더 자극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 대처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재선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자 폭력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돌파구를 삼으려는 것이란 의심의 눈초리도 고개를 들었다. 보수층과 백인들의 표심을 잡으려 폭력시위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에 자제를 촉구하거나 평화시위를 유도하는 것 대신에 시위 진압을 하지 못하는 주지사는 얼간이라고 지적하며 강경 진압을 주문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과거 흑인들에 대한 조직적 차별로 흑인사회의 성장을 가로 막으며 흑백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100년 가량 전에 무장한 백인들이 사소한 오해를 빌미로 오클라호마 털사에 형성됐던 흑인 상업지구를 습격해 살인.방화.약탈 등으로 말살시킨 게 대표적이다. 당시 흑인과 백인 36명이 사망하고 800여명이 부상을 당했고 1256채에 달하는 집이 불에 타 사라졌다고 한다.
이후 끊이지 않고 터지는 흑인들에 대한 경찰의 가혹 행위는 흑인사회에 뿌리 깊게 잠재해 있는 피해의식에 불을 지핀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확산되면서 흑인들의 희생이 상대적으로 부각돼 피해의식이 한층 더 자극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경제.생활환경이 나은 백인들보다는 흑인들이 코로나19 감염에 더 많이 노출되고 경기후퇴로 실업까지 크게 늘면서 흑인들의 불만이 쌓이던 와중에 경찰에 의한 흑인 살해 사건이 발생하자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는 얘기다.
미국의 최근 시위는 우리사회에는 반면교사다. 증오와 반목, 폭력과 강경 대응은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점에서다. 이미 한국사회는 촛불시위와 조국 사태를 지나는 동안 의견이 다른 세력간 극한 충돌로 비화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도 초기 대응 과정에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다른 나라들의 국경 봉쇄에도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해결책을 찾아내 방역 모범국으로 변신시키기도 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이 세계 각국의 시민사회 의식을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미국의 내부 갈등 봉합은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를 얼마나 순조롭게 풀어가는가를 보면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한국의 시위 문화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실마리를 찾아 보길 권한다.
[장종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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