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지나간다고 평화로운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는 게 말이 되나", "경호 목적상 불가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어제(1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강제 해산한 뒤 백악관 바로 뒤편 교회를 방문한 것을 두고 미 언론은 오늘(2일) 관련 기사를 쏟아내며 대응의 적절성 문제를 다뤘습니다.
시위 사태 촉발 후 강경 대처를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저녁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폭력시위 근절을 위해 군을 동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곧이어 그는 백악관 북측 문을 나서서 며칠째 시위가 계속된 곳인 라파예트 공원을 도보로 가로지른 뒤 '대통령의 교회'라 불리는 '세인트존스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들어올렸습니다.
이날 '법과 질서의 대통령'을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폭력시위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행동으로 보였습니다.
논란은 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라파예트 공원에서 평화 집회를 하던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한 데서 불거졌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경찰은 최루탄, 연막탄, 섬광탄을 군중이 모여 있던 공원 곳곳에 터뜨렸고, 말에 탄 경찰은 시위대를 밀치며 뒤쫓았습니다. 매캐한 가스가 퍼지는 사이 경찰은 이미 후퇴하는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계속 쐈습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은 이 틈을 이용해 공원을 에워싸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갈 동선을 확보했습니다.
당장 이 장면은 대통령이 사진 찍기용 행사를 위해 공권력을 남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자신도 성경을 들고나와 치유의 사령관이 되라고 일침을 가하고, 같은 당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독재적으로 보이는 통치와 군 지도부의 판단에 미칠 영향을 매우 우려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상원 의원들은 대통령의 행동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준비 중입니다.
누가 강제 해산을 지시했는지도 쟁점으로 부상했지만 선뜻 나서는 기관이 없었습니다. 민주당 제리 코널리 하원 의원은 비밀 경호국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백악관은 전날 오후 7시부터 시작된 통행금지 시행을 돕기 위한 일이었다고 말했지만 누가 이 명령을 내렸는지 언급은 피했습니다. 비밀경호국이나 공원경찰 역시 언론의 취재 요청에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에 동행했지만 시위대 해산과 교회 방문 일정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논란이 증폭되는 와중에 법무부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전 시위대 해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당국은 백악관과 맞붙어 있는 라파예트 공원에서 며칠째 시위가 이어지자 경호 차원에서 경계구역을 한 블록 더 넓히기로 했는데, 바 장관이 현장에 갔다가 이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것을 보고 실행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또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던지기 위해 돌을 모으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고, 물병이 바 장관이 있던 방향으로 날아오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화당은 트럼프 행정부를 엄호했습니다.
존 코닌 상원 의원은 시위대가 해산 명령을 거부했기 때문에 대통령 경호 목적에서 필요한 조치였다고 옹호했고, 척 그래슬리 상원 의원은 시위대 중 폭력을 행사할 사람이 5%만 있어도 이는 시위대를 해산할 이유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 의원도 "최근 며칠간 백악관 앞에서 본 일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고 폭력적인 상황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종종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수전 콜린스 상원 의원은 "평화로운 시위대가 최루탄을 맞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러웠다"고 말하는 등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비판하는 일부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