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G7 확대 구상' 회원국과 마찰음…중국·러시아 등 변수
입력 2020-06-03 07:54  | 수정 2020-06-10 08: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체를 확대 개편하는 구상을 밝혔지만 관련국들이 잇따라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마찰음을 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의 선진국 클럽이라고 불리는 G7에 4~5개 국가를 추가해 G11이나 G12로 재편하는 방안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G7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7개국을 말하며, 올해 G7 의장인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정상회의에 한국과 러시아, 인도, 호주를 게스트로 초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브라질도 포함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보면 미국이 역점을 두는 중국 견제 및 포위망 구축을 비롯한 다목적 포석에서 G7 정상회의를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쪽에 기울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G7이 "매우 구식의 국가그룹"이라고 했고, 그제(1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 때도 "낡은 체제로서 현재의 국제정세를 반영하지 못한다. G11이나 G12 체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G7 회원국의 반대가 표면화하면서 초장부터 어려움을 겪는 형국입니다.


새로운 정상협의체를 통해 국격 상승과 국제사회 영향력 확대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진 한국으로선 달갑지 않은 기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장 러시아 가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잇따릅니다. G7 정상회의 상시 초청을 받는 유럽연합(EU)의 조셉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어제(2일) 러시아의 재가입에 반대하며 "회원국과 형식을 영구적으로 바꾸는 것은 G7 의장의 특권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날에는 영국과 캐나다가 러시아의 G7 복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G8 회원국이었다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이 모임에서 제외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래 러시아를 포함한 G8 체제로의 환원을 꾸준히 모색하고 다른 회원국이 반발하는 상황이 이번에도 반복되는 것입니다.


꼭 러시아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다른 신규 국가의 진입에 대한 견제 심리도 작동하는 양상입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 파악에 애를 쓰는 분위기인 가운데 외무성 한 간부는 일본 매체에 "갑자기 구성원을 늘리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며 의장국이 게스트로 초청하는 일회성 확대회의 아니겠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G7 정상회의에서는 아웃리치로서 멤버(회원국) 외 나라나 국제기구가 초대되는 것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전날 "G7은 많은 것을 공유하는 동맹, 친구들과 함께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곳이었다. 이것이 내가 계속 보길 희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G7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로 들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G7 확대 구상이 중국 견제용이라는 해석 속에 중국이 예상대로 반발하고 러시아마저 발을 빼는 모양새입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을 겨냥해 왕따를 시키는 것은 인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이런 행위는 관련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G7이 낡은 모임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동의한다면서도 확대 개편시 중국 역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시에 G7이나 이를 일부 확대한 협의체보다는 G20이 효율적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습니다. G20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해 확대를 희망한 나라는 물론 중국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이런 태도는 영국과 캐나다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재가입이 불투명한 데다 중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G7에 새로 가입하려면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G7 확대 정상회의 구상이 영구화가 아닌 일회성임을 시사하는 미 당국자의 전언이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NYT에 "G7 의장국으로서 미국은 추가 국가를 초대할 수 있다"며 "G7의 영구적인 확대는 모든 회원국의 동의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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