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진칼 `BW 발행` 일석이조…백기사 유치·주주연합 타격
입력 2020-06-02 17:49  | 수정 2020-06-02 19:50
한진칼이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 유상증자 대금 조달 수단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택했다. 한진칼 경영권을 두고 다툼 중인 '주주연합' 측이 한진칼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며 차선책으로 택한 방안이다. '안전한 투자'가 가능해지며 백기사 유치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주주연합 측의 추가 지분 확대도 차단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진칼은 1일 3000억원 규모 BW 발행을 공시했다. BW란 투자자에게 회사채와 더불어 한진칼 신주를 사들일 권리인 신주인수권까지 덤으로 주는 채권이다. 한진칼 주가가 오를 경우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미리 정해진 가격에 한진칼 주식을 취득해 주가 차익을 누릴 수 있고 내릴 경우에는 행사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회사채 투자에 따른 이자와 더불어 향후 주가 상승을 통한 이익까지 향유할 수 있다. 신주인수권을 굳이 행사할 필요 없이 유통시장에서 이를 매각해 차익을 얻는 대안도 선택지다. 이 때문에 우선 한진칼 BW에 대한 치열한 청약 경쟁이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은 일단 조원태 회장 측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한진칼 지분율 경쟁 중인 주주연합 측이 신주인수권을 확보하기 위해 BW 투자에 실탄을 낭비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주주연합 측의 한진칼 지분 추가 매집 가능성 역시 낮아지게 된다. 지분 매집으로 주가가 급등할 경우 그만큼 신주인수권 가치가 올라간다. 이 경우 기존 투자자들이 신주인수권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보유할 유인이 커져 주주연합 측 지분 확대 가능성을 스스로 막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조 회장 측 백기사 확보는 더욱 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백기사 입장에서는 BW 투자에 따른 만기이자 수익이라는 안전판과 더불어 신주인수권을 통한 지분 취득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편 주주연합 측은 이날 공시를 통해 보유 한진칼 지분율을 기존 42.74%에서 45.23%로 2.49%포인트 늘렸다고 밝혔다. 향후 임시 주주총회 등 표 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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