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르포] QR코드 도입 종교·유흥시설 가보니
입력 2020-06-02 16:11  | 수정 2020-06-09 16:37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앙성결교회. 통유리로 돼 있는 자동문과 여닫이 문을 거쳐 교회 1층 내부로 진입하자 한켠의 안내데스크 책상에 A4용지 크기의 태블릿PC 두 대가 올려져 있었다. 왼쪽 태블릿PC는 개인이 포털사이트를 통해 발급받은 QR코드를 인식하는데 쓰였고, 나머지 태블릿PC는 교회 측에서 방문자명단을 관리하는 용도였다. 왼쪽 태블릿PC 화면에 교인이 발급받은 1회용 입장 QR코드를 가져다대자 '삑'하는 신호음이 들렸다. 이와 동시에 관리자용 태블릿PC의 '일일방문자 조회'의 시간대별 방문건수가 1건 올라갔다.
같은날 서울 송파구의 천주교 신천동 성당에서도 직원들은 신자들의 이동 동선을 따져가며 기존에 사용하던 발열 체크용 열화상카메라 앞에 QR코드 스캐너를 배치했다. 이같은 QR코드 스캐너 배치는 방역 당국이 종교시설을 통한 코로나19 집단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전자출입명부(Ki-Pass)를 운영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신천동 성당은 3일부터, 중앙성결교회는 6일부터 해당 사업을 본격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신천동 성당 관계자는 "(다수의 신자가 방문할) 이번 주 일요일까지 사용 방식을 숙지할 계획"이라며 "오늘 저녁부터 본당 소속 신자들에게 입장 절차를 담은 안내문을 배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QR코드 기반의 전자출입명부는 스마트폰으로 개인의 신상 정보가 담긴 1회용 QR코드를 발급받아 시설 관리자에게 제시하는 식으로 사용한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시설관리자는 QR코드를 스캔해 이용자의 방문기록을 생성해야 한다.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방문기록은 QR코드 발급회사와 공공기관인 사회보장정보원에 분산 관리되며, 역학조사가 필요할 때만 방역당국이 두 정보를 합쳐 이용자를 식별하게 된다. 수집된 정보는 4주 후 파기된다.
정부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있는 교회를 매개로 코로나19 확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8개 고위험시설과 별도로 종교시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교회의 정규 예배가 아니라 일부 교인들끼리 모이는 소모임에서 확진 사례가 잇따르면서 현재 종교시설에 적용하는 방역지침만으로는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날 서울시 신규 확진자 16명 중 절반인 8명은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인천 개척교회와 관련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같은 QR코드 방식의 전자출입명부는 도입 초기인만큼 아직은 낯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앙성결교회에선 15초로 설정된 짧은 이용제한시간과 QR코드 발급 절차 미숙으로 인해 출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교회 관계자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입장을 위한 QR코드 발급을 누르면 15초 동안 QR코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시간이 초과되면 유효시간이 초과됐다는 문구로 전환이 되는데 사용이 미숙할 경우 이 시간이 지나버린다.
특히 다양한 연령층이 모이는 공간인 교회 특성상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황영희 전도사(51)는 "113년의 역사를 가진 교회라 노년층 비율이 높은 상황이라 하나하나 가입절차 등을 안내하면서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교회 측은 스마트폰이 없는 교인에 대해선 방문자 명단을 수기로 작성케 하는 등의 관리를 할 예정이다.
교회 측은 다소간의 적응 기간을 거친다면 보다 안전한 예배 환경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도 방역을 위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었지만 방문자 명단을 작성할 때 펜을 공유하기에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있었으며 교인이기에 명부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 관계자는 "교회 입장에선 안전하게 예배를 드려야 하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데 이 시스템을 통해 안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기존엔 영상으로 출입자를 파악하고 있었는데 QR코드 시스템으로 정확한 정보 조합이 되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상황을 체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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