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누가 치즈케이크를 훔치는가
입력 2020-06-02 08:38  | 수정 2020-06-03 09:07

'치즈케이크를 손에 받치고 조용히 사라지는 여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항의 시위가 약탈로 번지고 있는 미국 사회에 최근 한 동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시애틀 도심 명소 레스토랑인 더치즈케이크팩토리 근처에서 검은 옷과 검은 마스크를 쓴 한 젊은 여성이 스트로베리가 토핑된 치즈케이크와 와인잔, 꽃병을 들고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을 지역방송인 KIRO-TV가 포착해 실시간으로 내보냈다.
해당 동영상은 곧 SNS를 통해 급속히 퍼졌고 폭스뉴스 등 다른 방송들도 이 여성과 치즈케이크를 둘러싼 SNS 내 다양한 반응들을 뉴스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대형 쇼핑몰에 침입해 옷가지와 가전을 챙기고 판매대를 부수며 현금을 탈취하는 과격한 약탈 상황이 미 전역에서 잇따르는 가운데 디저트인 치즈케이크를 가져가는 모습이 미국민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트위터에 올라온 수 백개의 관련 글을 보면 "이것이 시위대가 말하는 정의냐?"는 비판부터 "이 여성이 동료들과 케이크를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는 동정론이 이어지고 있다.
시애틀에 거주한다는 한 트위터 사용자는 "실제 이날 파이크 거리의 치즈케이크팩토리가 약탈을 당했다"며 "이 여성의 행위는 경찰의 강압행위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의 무덤에 침을 뱉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사용자도 "조지 플로이드 사망은 분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약탈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오 주여!"라고 지적했다.
반면 케이크를 가지고 유유히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에 "재밌다" "당신이야말로 미국의 영웅", "그들이 영혼의 음식인 치즈케이크를 먹도록 내버려 둬라"는 동정 반응도 쏟아지고 있다. 그녀가 가져간 스트로베리 치즈케이크는 작은 조각이 7달러에 팔리는 더치즈케이크팩토리의 인기 디저트다.
더치즈케이크팩토리는 이 여성으로 인해 자사 지역점포 약탈 문제가 조명을 받자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이 이 동영상에 대한 입장을 더치즈케이크팩토리 대표에게 물었지만 공식 코멘트를 거절했다. 더치즈케이크팩토리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으로 미 전역에 200여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한편 이 동영상을 공유하는 트위터 사용자들은 지난 주말 약탈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현장 정보를 공유했다.
이들의 반응을 보면 평화적인 시위가 정리된 후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들이 야구배트 등으로 점포 유리창을 부수고 약탈을 시작하는 사례가 워싱턴주 시애틀과 노스다코다 파고 등에서 공통적으로 포착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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