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中 턱밑 추격 우려"…삼성, 반도체 초격차 `승부수`
입력 2020-06-01 14:28  | 수정 2020-06-08 14:37
평택캠퍼스 P2라인 전경.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천문학적인 반도체 설비 투자로 글로벌 입지를 더욱 확대한다. 지난달 파운드리 라인 투자 발표 열흘 만에 메모리 반도체 추가 투자를 발표하며 '초격차'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1일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2라인에 약 8조원을 투자해 최첨단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고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넓히기 위한 선행 조치로 풀이된다.
평택 2라인은 지난달 21일 발표한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이 들어서는 곳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평택 2라인에 EUV 파운드리와 함께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5나노 이하 EUV와 함께 최첨단 V낸드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6세대 V낸드 제품 양산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추가 투자로 평택캠퍼스는 2015년 단지 조성을 위한 첫 삽을 뜬 지 5년 만에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를 망라하는 최첨단 반도체 복합 생산기지로 거듭나게 됐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낸드 추가 투자의 의미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도래와 5G 보급에 따른 중장기 낸드 수요 확대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평택캠퍼스 2라인의 한 개 층을 EUV 파운드리 라인과 낸드 라인으로 활용하고, 다른 한 개 층에는 메모리 반도체 D램 생산 라인을 추가 구축한다.
투자금액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지난달 발표한 파운드리 라인은 9∼10조원, 이번 낸드플래시 라인은 7∼8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만간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평택 2라인 D램 생산라인은 15조원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최근 코로나19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잇달아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중국의 낸드 기술이 턱밑까지 쫓아왔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세계 낸드 시장 점유율에서 지난해 36%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년(2018년)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추격이 만만치 않다. 중국 양쯔메모리(YMTC)는 4월 삼성의 6세대 낸드 수준인 128단 낸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올 연말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어서 삼성과의 격차를 1년 수준으로 좁히게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의 이러한 추격을 '새로운 모멘텀'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를 포함해 고품질, 고성능 제품 기반 기술 우위를 확대하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초격차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최근 언택트 라이프 스타일 확산으로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제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5G가 확산됨에 따라 데이터 사용량이 늘고,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데이터 처리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량이 낮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 증가세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삼성전자 역시 2020년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낸드플래시 수요는 서버 중심으로 강세가 지속했고, 하반기에도 이런 추이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한 기자 winone@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