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정의기억연대와 정의연 전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의원의 후원금 유용 의혹 등을 폭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를 겨냥해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일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을 향해 "이게 민주당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클릭해서 들어가 댓글들 보시죠, 충격적이네요"라며 한 게시판 링크를 공유했다.
그가 공유한 링크는 민주당 당원으로 추정되는 A씨가 올린 글로 "전사한 일본 군인과 영혼 결혼식 한 할머니(의) 진실한 사랑에 경의를 표합니다. 일본인의 아내는 일본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국민에게 사과하십시오. 부끄럽지 않습니까"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글은 1998년 8월27일 한 매체가 보도한 '69세의 위안부 할머니가 전쟁터에서 만난 일본군 장교와 뒤늦게 영혼결혼식을 올렸다'는 기사의 주인공을 이 할머니로 단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따르면 위안부 할머니는 위안부 신분으로 사경을 헤매던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이름도 모르는 '가미카제 특공대' 출신 일본군 장교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54년 만에 대만 종군위안소를 다시 찾았다.
당시 영혼결혼식에 참여한 할머니는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은 저주해 마땅하지만 그이의 인간애는 어떤 이념으로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당원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할머니는 일본인이니 일본으로 가라" "일본인이면서 이때까지 혜택받고 갑질하면서 살았다" "에라이 일본 XX같으니 당장 대한민국에서 나가라"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 할머니가 2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윤 의원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한 뒤 온라인에서는 이 할머니를 겨눈 혐오표현과 인신공격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 할머니가 2차 기자회견을 한 뒤 인식 공격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할머니가) 치매다" "노망이 났다"는 식의 노인 혐오부터 "대구 할매" "참 대구스럽다" "진짜 위안부가 맞느냐" 등 2차 가해가 명백한 비난 글로 쇄도하고 있다.
한편 진 전 교수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일부 윤 의원 지지자들의 이 할머니를 향한 비난에 대해 "운동가를 지키기 위해 피해자를 공격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새 이 할머니가 아니라 윤미향이 운동의 주인이 됐다. 운동을 지키려면 윤미향을 살리고 할머니의 목소리를 잠재워야 한다는 판단"이라며 "(윤 당선인이) 검찰에 기소라도 되면 또 서초동으로 몰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공격은 명백한 2차 가해이자 인격살인이고 반인륜 범죄"라며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맹성규 기자 sgmaeng@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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