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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야구
입력 2020-05-30 05:00 
롯데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아드리안 샘슨(오른쪽)이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서울 잠실)=이상철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아드리안 샘슨(29·롯데)에게 아버지는 특별한 존재였다. 야구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던 것도 아버지의 헌신 덕분이었다. 이젠 괜찮다”던 샘슨도 ‘아버지라는 단어에 감정이 북받쳤다. 충혈된 눈은 촉촉이 젖었다.
하늘나라로 떠난 아버지를 직접 만날 수 없으나 샘슨의 오른손에는 야구공, 왼손에는 글러브가 있다. 세월이 흐르고 같은 세계에 없어도 야구는 변함없이 아버지와 아들을 이어주는 ‘끈이다.
프로야구가 개막한 어린이날, 샘슨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 있었다. 아버지의 병세 악화로 특별 휴가를 받았다. 그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고 7일 입국했다.
롯데는 심적으로 힘들었을 샘슨을 배려해 휴가 연장을 제안했다. 하지만 샘슨이 정중하게 거절했다. 다시 동료들 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판단했다. 하늘나라에 있는 아버지도 하루빨리 한국에서 야구선수로 활약하는 아들을 보고 싶을 것이라고 믿었다.
샘슨은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에 더 머물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되면 팀에 합류하는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입국해도 2주간 격리해야 했다. 또한, 미국에 있을 경우, 슬픔에 빠져있을 시간이 길어졌을 것이다. 야구를 하며 빨리 잊어가려고 했다. 아버지께서도 그걸 원하셨을 것으로 믿고 최대한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억누르긴 힘들다. 샘슨은 유년 시절부터 아버지를 존경했다. 그는 아버지는 정말 훌륭한 분이셨다. 본업을 하실 때도 불평이나 불만을 터뜨리지 않으셨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아버지, 그리고 야구의 연결고리에 대해 언급했다. 샘슨은 아버지는 순수한 마음으로 야구를 사랑하셨다. 내가 야구하는 걸 정말 좋아하셨다. 고교 시절 경기는 물론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도 같이 있었다. 야구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그동안 야구는 아버지와 관계를 끈끈하게 해준 매개체였다”라고 힘겹게 한마디씩을 이어갔다.
그 끈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버지는 이제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들을 보게 됐다. 2주 자가격리를 마친 샘슨은 KBO리그 데뷔전도 치렀다.
샘슨은 28일 사직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3피안타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타선 침묵으로 1-3으로 져 패전투수가 됐다. 롯데는 잔루 11개 중 8개를 3회까지 기록했다.
롯데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아드리안 샘슨은 28일 사직 삼성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3피안타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그의 KBO리그 데뷔전이었다.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100% 준비된 상태는 아니었다. 투구수는 50구 안팎으로 정했다. 실전 감각도 떨어졌다. 4월 27일 삼성과 연습경기 이후 한 달만이었다. 그렇지만 1회를 세 타자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게 압권이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데뷔전이었다. 허문회 감독도 시즌 첫 투구치고 만족한다. 좋은 투수라고 생각했다. 점점 투구수를 늘릴 예정이다.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다음 경기(6월 1~3일 KIA와 광주 3연전)에 나설 거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샘슨도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가운데 치른) 첫 경기여서 기대치를 높이지 않았다. 그러나 세 가지 구종(속구·슬라이더·체인지업)의 커맨드가 잘 됐다. 점검 차원이라는 걸 생각하면 만족한다. 앞으로 조금 더 세밀하게 준비하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의욕도 넘친다. 뒤늦게 합류한 만큼 보탬이 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샘슨은 팀이 개막 5연승을 달릴 때 투·타의 조화가 좋았다. 첫 패배 후 동료들이 기대에 부응하려다가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최근 경기력이 좋지 않으나 우린 충분히 잘하고 있다. 부담을 떨쳐내고 서로를 믿어야 한다”며 나도 차근차근 준비하며 팀을 돕겠다. 물론 매 경기 이길 수 없다. 위닝시리즈를 이어가면 분명히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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