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경찰·국회의원 겸직 논란을 빚고 있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에게 '조건부 의원면직' 결정을 내렸다. 친정인 경찰이 사상 초유의 인사 방침을 동원한 덕에 황 당선인은 경찰 신분이 아닌 상태로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29일 경찰청은 "당선인 수사 및 재판중인 사건의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의원면직의 효력이 상실되는 '조건부 의원면직'을 하는 것이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가장 합당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황 당선인은 일단은 경찰 신분이 아니게 됐다. 그는 대통령 훈령인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에 의해 의원면직을 허용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허용됐기 때문이다.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은 비위와 관련한 조사·수사를 받는 경우 의원면직을 허용치 않는다. 검찰은 앞서 황 당선인이 2018년 6월 울산지방경찰청장 시절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직권남용)가 있다고 보고 올해 1월 그를 기소했다.
다만 경찰의 이같은 결정은 향후 공직자의 선거 출마와 관련해 논란을 빚을 수 있을 전망이다. 현행법과 충돌할 여지가 많은 공무원의 정계진출이 이번 결정으로 비교적 자유로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찰은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다시 황 당선인을 복직시켜 징계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대법원 판결까지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다 황 당선인의 나이가 정년을 넘겨버리면 복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그간 경찰청에선 황 당선인의 신분문제에 대해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 인사혁신처, 법제처 등 유관기관과 학계·법조계 등 전문가에게 수차례 의견을 신중하게 검토해왔다"며 "이번 결정은 헌법과 국회법, 국가공무원법,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 등 관련 법령의 규정과 취지를 모두 반영해 오랜 고심 끝에 내린 부득이한 결정이었음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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