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1·2당 원내대표들이 지난 28일 오찬 회동 이후 청와대 경내에 있는 불상 앞에서 함께 예불을 드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각각 가톨릭·개신교·불교 신자인 문 대통령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나란히 불상에 합장으로 예를 갖추는 이례적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29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후 함께 산책을 했을 때 청와대 경내에 있는 불상 앞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 불상은 보물 제1977호로 지정된 '경제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으로 청와대 경내 안에 있는 유일한 국가지정문화재다. 이 불상은 1910년대에 제국주의 일본의 초대 조선총독인 데라우치 마사타케에 의해 경주에서 서울 남산의 총독관저로 옮겨졌다. 이후 1927년에 총독관저가 지금의 청와대 자리로 이전하며 함께 이사 온 역사를 갖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김 원내대표에게 불상 앞에 있는 시주함을 가리키며 "여기에다 (시줏돈을) 넣으면 복받습니다"라며 농반진반으로 덕담을 했다. 그런 뒤 "김 대표님은 종교가 뭡니까?"라고 묻자 김 원내대표가 '기독교'라고 답변했다.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이 개신교 신자인 김 원내대표에게 불교식 시주를 권한 셈이다. 그러자 불교 신자인 주 원내대표가 양복 상의에서 봉투를 꺼내 "대통령님 것과 김태년 대표님 것까지 같이 준비해 왔습니다"라며 봉투를 시주함에 넣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주 원내대표에게 "복 받으시겠습니다"라고 다시 덕담을 건넸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이후 합장한 채로 불상 앞에 서서 세 번 예를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세 분이 함께 예를 올리는 장면이 협치, 통합을 다짐하는 장면일지 아닐지는 기자들이 평가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는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여야 원내대표 오찬 일정이 끝난 후 참석자들에게 직접 준비한 요리 선물을 전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메뉴는 모듬해물사태찜이었다. (김 여사는) 육류와 해물, 야채 등 모듬 식재료들이 어우러지는 찜요리에 화합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여사는 음식 찬합을 각각 양당의 당색인 파란색과 핑크색 보자기로 감쌌다"면서 "'협치'에 대한 바람을 담아 파란색 보자기는 주호영 원내대표, 핑크색 보자기는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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