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300일 넘는' 고공농성 해제
입력 2020-05-29 15:18  | 수정 2020-06-05 16:05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오늘(29일) 고공 농성을 풀기로 삼성과 합의하면서 관련 분쟁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간 삼성에 제기된 여러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변화를 다짐한 지난 6일 대국민 사과 이후 23일 만에 나온 첫 성과로 평가됩니다.

반도체 백혈병 분쟁에 이어 당사자와 삼성, 시민단체가 함께 사회적 합의를 함으로써 난제가 해결된 또 한 번의 사례가 됐습니다.


김용희씨는 1982년부터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서 일한 직원으로, 경남지역 삼성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5월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회사와 다툼을 벌여왔습니다.

김씨는 24년 넘게 투쟁을 이어오다 회사에 계속 다녔다면 정년을 맞았을 시기에 맞춰 지난해 6월3일부터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6월 10일 서초사옥이 보이는 강남역 철탑 위로 올라가 이날까지 300일 넘게 고공 농성을 벌여왔습니다.

김씨와 '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는 ▲ 삼성의 사과 ▲ 해고 노동자 명예 복직 ▲ 해고 기간 임금 지급 등을 요구해왔습니다.


김씨와 삼성 측은 그간 물밑에서 협상을 진행하긴 했으나 소득이 없다가,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진전을 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부회장은 당시 회견에서 김씨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그동안 삼성 노조 문제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노사 화합 상생을 도모, 건전한 노사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또한 "시민사회가 기업 스스로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면서 외부 질책과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김씨 농성 종료 합의가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밝힌 의지를 담은 구체적인 첫 성과라는 평가가 재계 안팎에서 나옵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이날 합의에 대해 환영 입장을 표했습니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삼성피해자공동투쟁과 면담을 하는 등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습니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합의 과정에 직접 관여하신 분들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합의 성사를 위해 애쓰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준법감시위 관계자도 "노동에 대한 삼성의 관점들이 새로운 문화로 정착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은 2018년에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오랜 난제를 마무리 지은 바 있습니다. 기흥사업장 노동자 황유미씨가 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시작된 반도체 백혈병 분쟁입니다.

당시에도 현재 준법감시위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이 조정위원회를 이끌어 사과문을 포함한 중재안을 조율했고, 반도체 담당 김기남 대표이사가 중재 판정 이행 합의 협약식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 입장을 내면서 분쟁은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합의 내용도 사회적 책임 면에서 삼성의 상당한 성과로 평가됐으며,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가져온 삼성의 변화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이 부회장 대국민 사과를 기점으로 변화에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라며 "앞으로도 국민적인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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