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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어도 과속은 위험…이건욱의 ‘스텝 바이 스텝’
입력 2020-05-29 11:05 
SK 투수 이건욱은 28일 KBO리그 잠실 두산전에서 첫 승을 올렸다. 그는 2014년에 입단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오랫동안 꿈꿨던 ‘첫 승을 이룬 순간, 7년차 투수 이건욱(25·SK)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바라봤다. 앞에 놓인 탄탄대로를 마음껏 달리고 싶을 텐데 그는 ‘정주행을 고집했다. 더 오랫동안 야구를 하고 싶어서다.
28일 KBO리그 잠실 SK-두산전은 신작 드라마 이건욱 편이었다. 그는 5⅓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깜짝 호투를 펼쳤다. 팀 타율 1위 두산 타선을 상대로 5회 2사까지 퍼펙트 피칭이었다.
스스로 3이닝 정도만 막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여겼다. 아웃카운트 하나하나에 집중했더니 전광판에는 한동안 0(득점)-0(안타)-0(4사구)이 표기됐다. 자신 있게 공을 던졌다.” 이건욱의 호투 비결이었다.
닉 킹엄의 부재로 데뷔 첫 선발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기대보다 불안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을 경기에서 이건욱은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SK의 3연패 위기마저 막아냈다.
생각보다 강심장이다. 이건욱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전혀 부담되거나 긴장하지 않았다. 잠도 푹 잤다”고 말했다.
그토록 꿈꿨던 순간이 현실로 이뤄졌으나 이건욱의 표정은 덤덤했다. 그는 막상 현실로 이뤄지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얼떨떨했다.
2012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이건욱은 기대주였다. SK도 2014년 신인 1차 지명으로 이건욱과 계약했다.

하지만 오른쪽 팔꿈치와 왼쪽 발목을 다쳐 재활에 몰두해야 했다. 이건욱은 입단 7년차인데 실제로 야구를 한 시간이 2년밖에 안 된다”라고 했다. 재활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 법한데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또한, 방출하지 않고 기다려준 구단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건욱은 그동안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페이스를 끌어올렸다가 다쳤다. SK여서 포기하지 않았다. 나를 믿고 기다려준 구단에 감사하다. 이제 밥값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조금 늦었을 뿐이다. 스물다섯 살 청년이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 문제도 해결했다. 이제 아프지 않고 야구를 하는 일만 남았다. 이건욱도 아프지 않고 야구하는 지금이 정말 좋다”라고 힘줘 말했다.
앞서가는 친구들을 보며 속도를 조금 올릴 법도 한데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욱만의 속도로 달려간다. 늘 그랬듯이. 어차피 인생은 마라톤이다. 조급하지도 않다.
이건욱은 매번 오버페이스가 문제였다. 앞으로도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나 그러다가 오버페이스를 하고 또 다칠 수가 있다. 그래서 늘 하던 대로 할 거다. 아프지 않고 오랫동안 야구를 하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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