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5억 달러(약 3조1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불법 세탁한 혐의로 북한인 28명과 중국인 5명 등을 무더기 기소했다.
이들은 중국, 러시아, 리비아, 태국 등에 세운 은행 비밀지점이나 유령 회사를 통해 자금을 세탁해 북한으로 송금했으며 이 돈은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는 연방 대배심이 최근 북한 조선무역은행(FTB)와 연계돼 250여개의 유령 회사를 만든 뒤 불법 돈세탁에 관여한 북한인과 중국인 등을 전격 기소했다고 밝혔다.
조선무역은행은 북한의 대표적인 외환 은행으로 핵개발 등에 연루된 혐의로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2013년에 이미 제재 대상에 올린 금융기관이다. 기소 대상에는 조선무역은행의 전직 행장인 고철만, 김성의를 비롯해 한웅, 리종남 전 부행장 등이 포함됐다. 피의자들에게는 '긴급경제권한법(IEEPA)', '대량살상무기 확산제재법', '은행법' 등을 위반한 혐의가 적용됐다.
기소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해외에 만든 유령 회사를 통해 미국 금융시스템에 접근해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돈세탁을 해왔다. 석탄이나 무기 수출, 가상화폐 해킹 등을 통해 불법 취득한 자금을 본국으로 송금하거나 불법 수입 물품의 대금을 지불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번 조치는 북한에 대한 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최근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2016년 유엔 결의로 회원국들은 북한 은행 지점을 퇴거해야 했지만 중국 베이징과 선양 등에는 이들의 영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미 법무부는 파악했다.
이번에 기소된 중국인들은 선양과 리비아 등에 소재한 조선무역은행 비밀 지점의 뒤를 봐준 혐의다. 이들이 미국에 송환돼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미국 등에 남아있는 자금을 추가로 몰수할 가능성이 있다. 또 미국을 비롯한 각국 금융기관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해 북한의 돈줄을 더욱 옥죄는 효과가 예상된다.
WP는 "이번 기소는 미국이 유엔 제재의 집행을 극적으로 강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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