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됐던 베트남 고용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제대로 군불을 피우고 있다.
최근 베트남 매체들은 한국의 삼성·LG그룹이 자국 내에서 대규모 채용에 들어갔다며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됐던 인력채용에 활력이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생산기지로 부상한 베트남의 위상을 실감하듯 한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채용하는 인력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최근 베트남법인 홈페이지에 공개한 채용 계획에서 생산직 8000명과 기술직 400명 등 무려 90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곳 생산직의 경우 초임 월급이 850만동(약 45만원)부터 시작되는데 베트남 주요 취업포털에 LG디스플레이 채용 안내가 게시돼 있다. 현재 회사는 하이퐁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증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음에도 5월부터 다시 상당 규모의 채용 절차에 돌입했다고 베트남 현지매체들이 보도했다.
VN익스프레스는 "(LG와 달리) 삼성전자는 정확한 채용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대규모(large)라고만 언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직전 공채에서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이 진행한 GSAT(삼성직무적성검사)에 베트남 인재 19만명이 신청해 이 시험을 통과한 1만4000명이 채용됐다고 밝혔다.
삼성의 현지 대규모 채용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베트남 증설 투자와도 연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박닌성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은 최근 OLED 모듈 공장 증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3월 해당 증설 작업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 한국 직원들이 베트남에 긴급 파견돼야 함에도 베트남 정부의 2주 격리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한달 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임직원들이 베트남 정부로부터 격리 유예 조치를 얻고 대규모 출장길에 나설 수 있었다.
펜데믹 후 베트남 고용시장은 글로벌 기업들 간 치열한 쟁탈전 구조로 변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 속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외국 기업들이 중국 생산시설을 대거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실업률은 통상 2%대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 한국처럼 동남아 국가에서도 자녀 교육열이 높아 양질의 노동력을 자랑한다.
[이재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