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어어 하다가 6억 넘었네"…대출막힌 30대 `눈물`
입력 2020-05-24 17:08  | 수정 2020-05-24 23:07
대기업 직장인 7년 차인 김상모 씨(가명·33)는 최근 집을 알아보다가 허탈감을 금치 못했다. 직장이 서울 광화문 인근이라 홍제역 쪽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는데 지난해 말만 해도 5억원대 중후반이던 아파트 가격이 대부분 6억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6억원을 넘으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까지 가능한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을 이용하지 못하게 돼 자금 조달이 힘들어진다. 김씨는 "홍제역 인근 나홀로 아파트나 구축, 그것도 1층만 간간이 5억원대 후반 매물이 나와 있다"며 "6개월 전에만 집을 알아봤어도 좋았을 텐데 가격이 많이 뛰어서 더 외곽을 알아봐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2·16 대책으로 강남을 중심으로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는 가운데 이른바 '갭 메우기'(가격 격차를 줄인다는 뜻) 장세로 인해 대출 규제가 거의 없는 6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이 치솟으면서 실수요자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특히 30대의 경우 모아둔 종잣돈과 서울 내 LTV 70%(최대 한도 3억원)까지 대출해주는 보금자리론을 통해 4억~5억원대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있는데, 최근 몇 개월 새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구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6개월 새 가장 가격이 오른 곳 중 하나인 성북구 돈암동 대단지 한신한진아파트의 경우 전용 84㎡ 기준 지난해 하반기 5억원대 후반이던 것이 최근 7억원에 팔렸다. 6개월 사이에 1억원 넘게 가격이 오른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광화문과 거리가 멀지 않은 돈암동의 경우 그동안 집값 상승 혜택을 못 보다가 최근에야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추격매수를 하면서 가격이 뛰었다"고 밝혔다.
동대문구 이문동도 마찬가지다. 청량리에 비해 도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집값 상승이 제한적이었는데, 최근 몇 개월 새 1억원가량 뛴 곳이 많다. 가령 4억원대 후반이던 이문동 쌍용아파트 전용 59㎡가 지난 2월엔 5억원대 후반으로 1억원이 올랐고, 현재 시중에 나온 매물은 모두 6억원 이상이다. 구로구 구로동, 강북구 미아동 등도 최근에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

5억원대 아파트가 6억원이 되면서 4억원대 아파트 가격도 밀려 올라가는 모양새다. 정릉역 인근 정릉우성아파트는 지난해 말만 해도 전용 84㎡가 4억7000만원이었는데 올해 4월엔 5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가산두산위브 전용 59㎡ 역시 지난해 하반기 4억원대 중반에서 올해 2~3월 5억원대 초중반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지난해 가산두산위브를 구매한 이준석 씨(가명·34)는 "조금 더 늦었더라면 아파트를 매수하지 못할 뻔했다"며 "가격이 5000만원 이상 뛰어서 좋긴 한데, 아직 진입하지 못한 사람은 불안할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급한 마음에 추격매수를 하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도 꽤 많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집값 조정이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당분간은 관망하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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