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규모 17조원으로 울산 이전 공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한국석유공사의 중소기업 지원 활동이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동서발전은 중소기업 지원 활동에 대한 정부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울산으로 이전한 두 에너지 공기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전국 58개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동반성장 평가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한국동서발전은 '우수', 한국석유공사는 최하위 등급인 '개선' 평가를 받았다. 울산 이전 공공기관 중 산업안전보건공단과 산업인력공단은 '양호', 근로복지공단은 '보통' 평가를 받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동반성장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현대차가 협력사에 1조원 지원을 약속하는 등 삼성, SK 등 대기업들은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기부도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정착에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07년부터 매년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대상으로 동반성장 실적 평가를 하고 있다. 우수, 양호, 보통, 개선 등 4개 등급으로 진행된 평가에서 동서발전은 9회 우수, 석유공사는 3년째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석유공사 울산 본사.
동서발전은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을 핵심 과제로 정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아카데미,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 중소기업들이 은행 수수료 혜택과 소득세 감면을 받을 수 있는 상생결제제도 등이 대표적인 지원 프로그램이다.동서발전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도 어려움을 겪는 울산 기업들의 판로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울산 본사에 유망 중소기업 제품 전시관도 개관해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해 울산 본사 1층 로비의 무인 로컬푸드 직매장도 과일과 채소 위주에서 계란, 두부 등 신선식품으로 품목을 확대했다.
이번 중기부 평가에서 우수 사례 공공기관으로 소개된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안전경영활동 우수 기업 53곳을 인증해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비율 우대와 수수료를 감면 받도록 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공단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방역이 취약한 사업장에 마스크 500만장도 지원했다.
석유공사와 동서발전은 사내 편의시설 개방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였다.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의 '혁신도시별 공공자원 개방 현황'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대강당과 체육관의 경우 주말에만 개방하고, 3만~6만원의 이용 요금을 받는다. 테니스장은 주말·평일에 개방하면서 2만~3만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반면 동서발전은 사내 농구장, 테니스장, 대강당을 주말에만 무료로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대강당은 시민 편의를 위해 결혼식장으로도 쓰인다.
석유공사 측은 중소기업 지원 활동이 미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해외 유전 개발이 주를 이루는 공사 사업 특성상 국내 대기업들이 사업에 주로 참여하기 때문에 중기부의 동반성장 평가에서 고득점을 확보하기 힘들다"며 "개선 평가를 받은 만큼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석유공사 측은 사내 편의시설 유료 개방에 대해서는 "사내 시설물대여기준을 바탕으로 '울산시 '중구 문화의 전당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참조해 요금을 정한 것"이라며 "국가나 지자체 등이 후원하는 행사에 대해서는 사용료의 50%를 감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 = 서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