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게 가격이 너무 올랐어요. 꽃게탕은 수지가 안 맞아서 못 팝니다."
어제(19일) 수도권 대표 어시장이 있는 인천 소래포구는 오전까지 비가 내려 날이 흐린데도 장바구니와 장지갑을 손에 든 손님들로 북적였습니다.
새우젓이나 생선 등을 파는 가게는 정신없이 바빴지만, 꽃게를 쌓아둔 상인들은 손님을 붙잡으려고 허공에 손을 내젓다가 거두기를 반복했습니다.
인천수협 소래 공판장 인근에서 수산물 직매장을 운영하는 52살 여성 강 모 씨는 "꽃게가 봄철에 먹으면 별미인데 요즘 찾는 손님이 없다"며 매대를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매대 위에 놓인 빨간색 바구니 6개 중 2개에만 암꽃게와 수꽃게가 각각 담겼고, 나머지 바구니는 러시아산 킹크랩과 대게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강 씨는 "보통 제철인 5월에는 바구니 6개 전부에 꽃게를 쌓아두고 팔았는데 올해는 물량도 없고 가격도 비싸 2개밖에 못 채워놨다"며 "꽃게보다 맛은 좀 떨어지지만, 값이 싼 대게나 크고 먹기 좋은 킹크랩이 그나마 더 팔린다"고 토로했습니다.
서해 대표 꽃게 산지인 인천 연평어장의 올해 봄어기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시중 꽃게 가격도 크게 올랐습니다.
오늘(20일) 인천시 옹진군에 따르면 봄어기가 시작된 4월 한 달간 연평어장의 꽃게 어획량은 6천119㎏으로 지난해 같은 달 1만670㎏보다 42% 급감했습니다.
이달도 보름 넘게 지났으나 지난해 5월 어획량 5만1천95㎏의 22% 수준인 1만1천549㎏에 그쳤습니다.
어획량이 줄면서 어민 수입인 어획고도 덩달아 감소했습니다. 지난달 연평어장의 어획고는 2억7천6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4억 원보다 30% 넘게 줄었습니다.
물량 감소로 수협을 통해 위판되는 꽃게 가격도 올랐습니다. 지난해 봄에도 꽃게 가격이 재작년에 비해 크게 올랐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비싼 수준입니다.
이달 들어 옹진수협에서는 크기가 큰 암꽃게의 경우 1㎏당 4만∼4만7천 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 1일에는 암꽃게가 1㎏당 5만5천 원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당 4만5천 원 전후에 거래됐던 지난해보다 다소 올랐습니다.
지난해 비쌀 때도 2만5천 원가량 하던 수꽃게는 이달 들어 1㎏당 3만 원까지 가격이 뛰었습니다.
옹진수협 관계자는 "그나마 암꽃게는 이달부터 물량이 조금 늘어 가격이 다소 내렸는데 수꽃게는 여전히 어획량이 부족해 비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나마 이는 도매가격으로 소비자들은 어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암꽃게의 경우 1㎏당 5만5천∼6만 원에, 수꽃게는 3만5천 원가량을 주고 사야 합니다.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 61살 여성 양 모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안 그래도 손님이 줄었는데 꽃게 가격도 올라 요즘 더 썰렁하다"며 "작년 봄에도 꽃게가 비쌌는데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꽃게값이 급등하자 일부 횟집이나 꽃게 전문점은 아예 메뉴판에서 꽃게탕을 빼기도 했습니다.
소래포구 한 횟집 종업원은 "요즘 꽃게를 아예 가게에 가져다 두지 않는다"며 "꽃게탕은 비싸서 손님들에게 권하지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매년 인천 전체 꽃게 어획량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연평어장(764㎢)에서는 산란기 꽃게를 보호하기 위해 4∼6월(봄 어기)과 9∼11월(가을 어기)에만 조업이 허용됩니다.
연평어장은 2000년대 서해 지역 꽃게 대표 산지로 유명했으나 2009년 이후 어획량이 계속 줄면서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09년 295만kg을 정점으로 2010년 242만kg, 2011년 225만kg, 2012년 189만kg으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3년 역대 최저인 97만kg에 그쳤습니다. 2014년 이후에는 매년 110만∼150만㎏대를 유지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