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요즘 힘드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독일 기업에 사기당해
입력 2020-05-19 17:15  | 수정 2020-05-21 18:07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COVID-19전세계 대유행) 악재 속에 미국 항공·금융기업 주식을 대량 매도해 시장을 들썩였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89) 해서웨이 회장이 독일 기업에 사기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는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를 인용해 버핏 회장이 3년 전 인수한 독일 기업이 실제로는 파산 위기 기업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6억4300만 달러(약 8611억원) 규모 손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기업은 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배관기기 업체' 빌헬름 슐츠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 프리시전 케스트파츠(PCC)는 에너지 관련 사업을 위해 지난 2017년 1월 빌헬름 슐츠를 8억 유로에 인수했는데 당시 빌헬름 슐츠 측이 가짜 주문서와 송장을 만들어 매출을 부풀리고 이에 따라 에비타(EBITDA·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큰 것처럼 조작해 인수 가격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중재협회 국제분쟁해결센터는 지난 4월 9일 "빌헬름 슐츠가 조직적으로 장사가 잘 되는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의 착각을 유도한 후 증거를 지우려고 했다"면서 사기가 의심된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제분쟁해결센터는 "빌헬름 슐츠의 매각 당시 실제 가치는 1억5700만유로(약 2102억원) 이상일 수가 없고, 가치를 부풀린 부분과 관련해 PCC에 6억4300만유로를(약 8611억원) 돌려줘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빌헬름 슐츠는 '사기 혐의' 등으로 독일 검찰 조사도 받고 있다. 한델스블라트는 빌헬름 슐츠 내부 문서를 인용해 가짜 거래만 최소한 47건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기 사건은 버핏 회장이 '가치 투자의 귀재'라는 점에서 시장 눈길을 끌고 있다. 버핏 회장은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기업 주식을 까다롭게 선별해 사들인 후 좀처럼 팔지 않고 장기 보유하는 보수적인 투자방식, 즉 '가치 투자'로 유명하다. 또 주주총회를 통해 자신의 가치 철학을 공유하는 '오마하(버크셔 본사 소재지)의 현인'으로 불려왔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가 어떤 주식을 사고 파는 지 하나 하나가 관심사다. 다만 회장의 장기 투자 선호 경향에도 불구하고 버크셔는 코로나팬데믹을 즈음해 보유 주식 대량 매도에 나섰다. 지난 11~12일 버크셔는 이틀에 걸쳐 US뱅코프 주식 49만 7786주를 매도했다. 버크셔는 '미국 최대 지역 은행'인 US뱅코프 주식 49만 7786주를 총1630만 달러(약 200억원) 정도에 팔았고, 남은 US뱅코프 보유 주식은 1억5050만 주다. 버크셔가 US뱅코프 주식을 매각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어 16일에는 버크셔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보유지분을 대거 팔아치웠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골드만삭스 주가는 1분기에 33% 떨어졌다"면서 "버크셔는 주가 하락세가 시작된 이후 지분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버크셔가 보유 중이던 골드만삭스 1200만주의 84%를 매각한 결과 3월 말 해당 기업 보유 주식은 190만주로 줄었다. 버크셔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골드만삭스 지분을 매입하면서 주요 대주주로 올라섰는데 팬데믹을 즈음해 대량 매도한 셈이다.
버크셔는 올해 2~4월 델타항공 등 항공사 주식을 부분 매수·매도하다가 결국 전량 매도하기도 했다. 앞서 2일 코로나팬데믹 탓에 온라인으로 열린 버크셔 연례주주총회에서 회장은 회사가 보유한 미국 4대 주요 항공사(아메리칸·델타·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고 이후 뉴욕 증시에서 해당 기업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당시 버크셔는 '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1~3월) 회사가 497억 4600만 달러 (약 60조 8891억원) 순 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팬데믹 탓에 버크셔가 대거 투자한 금융·항공·에너지 분야 기업이 고전한 결과다. 지난 4월 15일 버크셔는 석유·셰일업체 옥시덴탈페트롤리움으로부터 현금 배당을 받는 대신 2억 달러 규모 보통 주를 발행받기로 했는데 이는 옥시덴탈이 버크셔에 지급해야할 1분기 우선주 배당금에서 10%낮춘 금액이고, 당시 옥시덴탈 주식은 연초 대비 68%폭락한 상태였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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