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대만의 WHO 재참여 문제를 올 연말 총회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WHO는 이날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세계보건총회(WHA) 화상회의를 열고 대만의 옵서버 자격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회원국들이 WHO와 대만 측에 "이번 총회에서는 전세계의 팬데믹 대응에 힘을 모으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전달해 대만이 이를 최종 수용한 것이다.
대만 매체들에 따르면 조셉 우 대만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회원국들의 이 같은 입장을 언급하며 "대만은 우리의 동맹이자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국가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WHO가 직접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말에 다시 동맹국들이 대만의 참여 문제에 대한 제안을 채택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부연해 연말 차기 총회에서 대만의 옵서버 자격 문제가 재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총회에서 대만 문제가 첨예한 미·중 패권싸움으로 확산돼 다른 회원국들이 부담을 느끼는 만큼 일종의 '레인체크'(비가 와서 야구구경기가 최소됐을 때 다음 경기 재관람권을 주는 것)식 절충을 한 것이다.
대만은 지난 1971년 중국이 UN에 가입하면서 유엔 및 산하기관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주권국가로써 외교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중국 타이베이' 등의 명칭으로 각종 세계기구에서 활동했다. WHO의 경우 2016년까지 옵서버 자격으로 활동하다 2017년 반중 성향이 강한 민진당이 집권하면서 이 자격마저 잃었다.
미국을 필두로 일본, 캐나다 등 주요국들은 대만이 이번 총회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드는 문제라며 결사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18일 총회 개막을 앞두고 온두라스 등 14개 회원국이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대만의 WHO 참여를 공식 요구하면서 이번 총회에서 다뤄질 보충 의제로 오른 상태였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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