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국계銀 소상공인 대출 외면" 금융당국, 한도 대폭 줄이기로
입력 2020-05-17 18:08  | 수정 2020-05-24 18:37
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에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 실적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두 은행에 할당했던 이차보전 지원금을 5대 주요 은행에 다시 배정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는 최근 SC제일은행에 할당한 코로나19 긴급대출 관련 이차보전 지원액을 기존 33억원에서 5억원으로, 씨티은행에 할당한 지원액을 25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였다. 줄어든 50억원은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각각 10억원씩 지원한다. 이를 통해 대출 여력은 SC제일은행은 651억원에서 99억원, 씨티은행은 899억원에서 107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5대 은행은 각각 약 500억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긴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의 이차보전 대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이 사실"이라며 "빠른 대출 집행을 위해 은행 실적에 따라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차보전 대출은 은행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중 자체 신용등급 1~3등급인 이들에게 연 1.5%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정책 상품이다. 시중금리가 연 3~4%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 저렴한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 대신 시중금리와 초저금리 간 차이는 정부가 80%를 보전해준다. 대출 공급 목표액은 올해 말까지 3조원 수준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4개 은행에서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승인된 대출액은 목표액의 절반 수준인 총 1조5792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 두 곳이 현재까지 실행한 소상공인 지원 대출액은 약 100억원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추산한 평균 금리 수준도 외국계 은행이 더 높아서 SC제일은행은 7%대, 씨티은행은 5%대다.
이 같은 행태를 두고 외국계 은행이 코로나19 정책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영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매년 해외 모기업에 배당하면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만기 연장, 이자 유예 등과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높은 금리에 대해서는 "이차보전이 끝나면 재심사를 거쳐 적정 수준의 금리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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